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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맞은 뮤지컬 ‘영웅’ 독립운동가 안중근 애끓는 조국애 숙연

입력 : 2019-03-26 01:00:00 수정 : 2019-03-25 21: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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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리며 창작된 뮤지컬 ‘영웅’이 10주년을 맞았다. 초연 당시부터 뛰어난 완성도로 각종 뮤지컬 상을 휩쓴 영웅은 지난 10년간 2013년, 2018년만 빼곤 매년 막을 올렸을 정도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호평받았다.

만주 벌판 자작나무 숲에서 안중근을 비롯한 11인이 조국 독립에 헌신하기 위해 단지(斷指) 동맹을 맺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영웅은 이후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순간까지 쉼 없이 달려간다. 지난 10년간 정련된 노래와 춤, 그리고 무대는 막힘이 없다. 공연이 펼쳐지는 넓은 무대를 때로는 안중근만의 독백으로, 때로는 독립군과 일제 형사들의 추격전으로 꽉 채운다.

인물 소개 및 사건 전개에 할애된 극 초반의 느슨함은 하얼빈역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 장면을 거쳐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하고 재판정(사진)에서 일제의 잔악무도함을 꾸짖는 후반에서 한껏 당겨진다. 이후 최후의 순간을 앞둔 옥중 장면에서 안 의사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부르는 ‘사랑하는 내 아들’에 이어 안 의사가 내적 갈등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장부가’를 부르는 순간 객석은 매번 숙연해진다.

영웅이 배출한 스타는 단연 정성화다. 10주년 기념공연에서 다시 무대에 올라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누가 죄인인가’를 다시 부르며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성악을 전공한 양준모도 2010년 공연 때부터 안중근역을 맡았던 내공과 연기력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는데 죽음을 앞둔 옥중에서 모친을 향한 절절한 연기가 관객에게도 사무친다. “대한 사람이라면 한번은 봐야 할 뮤지컬”이란 세평답게 영웅은 일제강점기 민족 항쟁의 상징인 안중근을 다룬 뮤지컬로서 ‘계몽극’스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빼어난 사격 실력을 지니고, 일제에 경도된 재판정을 ‘동양평화론’으로 압도하고, 강직한 성품이 담긴 묵적을 남긴 안중근의 삶 자체가 계몽적인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영웅은 1909년 죽은 이토가 “생체실험을 위한 부지를 알아보라”는 지시를 생전에 한 것으로 묘사했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이뤄진 일제 만주 제731부대의 야만적 인체실험과 이토를 이처럼 억지로 연결한 대목은 거북스럽다. 극 전반에 걸친 이토의 캐릭터 역시 공연이 10년째 접어들었지만 아직 정립되지 않은 느낌이다. 4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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