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리무진 버스 업체가 앱을 이용한 좌석 예약제를 시범 운영한 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업체와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승객 편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홍보 부족으로 애를 먹는 이용자가 잇따르고 있다.
◆“비행기 못 탈 뻔했습니다”
최근 해외 출장을 다녀온 서모씨는 출국·귀국 당일을 떠올릴 때마다 아찔하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그는 출국 시간에 맞춰 이른 아침 집을 나와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버스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운전 기사가 “예약 안 했으면 버스에 탈 수 없다”고 당혹스러웠다. 예약제로만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씨는 부랴부랴 앱을 내려받아 회원가입하고, 신용카드 결제를 한 뒤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앱 예약제는 서씨만 모르는 게 아니었다. 같은 시각 정류소에는 예약 없이 버스를 타려던 승객들이 앱을 내려받아 예약을 서두르며 혼란스러워했다. 출국 시간이 촉박한 이들은 버스 기사와 고성을 내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서씨는 “공항을 자주 가는 게 아니라 앱 예약이 시행된 줄 몰랐다”며 “정류소에 붙은 안내판을 보기 전까지 기존처럼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돌아올 때도 문제가 생겼다. 저녁 비행기로 귀국한 뒤 공항에 올 때 사용한 앱을 통해 버스 예약을 하려 했지만 안 됐다. 분당행 버스는 다른 앱을 이용해야 했다. 서씨는 “버스회사마다 각기 다른 기준과 정책으로 이용에 혼선을 가중한다”며 “업계 사정이 있겠지만 이용자들에겐 매우 불편하고 번잡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용에 불편, 자잘한 오류, 편의성 없는 예약…어르신은 어떡하라고
해당 버스업체는 지난해 7월부터 좌석 예약제를 시범운영 중이다. 예약은 전국 버스운송사업 조합연합회가 제작한 앱을 사용한다. 단 좌석에 여유가 있다면 현장에서 카드 또는 현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홍보 부족과 자잘한 오류가 있는 앱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버스를 예약하려면 앱 내려받아 회원가입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한다. 이때 자잘한 오류로 불편을 호소하는 사용 후기가 많았다. 또 앱에서 제공하는 버스 운행 시간이 실운행 시간과 다르고, 사용 30분 전부터 예약이 가능해 혼선이 뒤따른다. 배차는 20분 간격이지만 예매는 30분 전까지만 가능해 인접한 버스 예약은 불가능하다. 이에 막차 시간이 임박한 경우 버스를 타기 위해 여러 좌석을 예매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그때마다 취소 수수료 900원을 물게 된다. A씨는 “수화물을 기다리며 버스 여러 대를 예약하고 취소하길 반복했다”며 “30분 전 예매만 가능해 미리 하지 않으면 마지막 버스를 놓치게 되고, 그때마다 수수료가 발생해 괜히 공돈 나가는 거 같았다”고 투덜거렸다.
특히 앱 예약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노인들에게도 고역이다. 19일 분당에서 공항행 버스를 이용한 한 노인은 “아들이 대신 예약해 줬다”며 “앱 예약은 몰랐고 스마트폰이 아니라서 알았더라도 예약하지 못했을 거다. 돈 내고 버스 타는 거도 힘든 세상이 됐다”고 한탄했다. 이외 다른 지역에서 공항을 찾은 몇몇 노인들에게 버스 앱 사용과 예약에 관해 묻자 대부분 “사용이 어려울 거 같다”는 말이 돌아왔다. 한 노인은 피처폰을 내밀며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피처폰은 앱을 사용할 수 없다.
서울에 사는 한 시민은 “스마트폰이나 정보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어르신들은 배려하지 못한 거 같다”며 “스마트 폰이 없는 분도 계시고, 있더라도 복잡한 절차를 거쳐 예매하는 건 어르신들에게 부담스러울 거 같다”고 했다.

◆버스 기사 “우린 무슨 죄”
앱 예약제 도입과 관련한 불편은 승객만 느끼는 게 아니다. 해당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 기사는 “예약제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앱 도입 8개월이 지났지만 홍보가 덜 된 탓에 예약하지 않고 버스를 타려는 승객과 탑승하지 못하게 하는 기사와 마찰이 발생하는 것이다. 빈 좌석이 있으면 이용할 수 있지만 아침이나 오후에는 예약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용하기 어렵다.
한 버스 기사는 “시행 8개월이 지났지만 예약제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 매번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출국 시간이 촉박하면 서서 가도 좋으니 돈 내고 타겠다는 사람도 있다. 안전규정상 입석은 불가능해 안타까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빈자리가 있으면 돈 내고 이용할 수 있지만 출입국이 많은 아침이나 저녁에는 좌석 예약 없이 타기 힘들다”며 “일부는 화를 참지 못해 기사에게 심한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 항의할 일을 기사에게 항의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승객이 탈 때마다 요금기(QR코드 스켄기기)를 조작해야 해서 카드나 돈 내고 타던 때보다 탑승시간이 길어진다”며 “버스가 늦으면 승객들은 기사를 탓한다. 전보다 고충이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 관계자는 “앱을 이용한 좌석 지정제는 국토부 권고사항으로 자체 노선에서 판단해 일부가 시행중”이라며 “중간 정류장의 경우 앱 예약이 쉽지 않고, 특히 노인세대의 이용이 어려울 거로 예상돼 버스회사와 전산 사업자에게 무인 발매기 설치를 권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 편의를 위해 향후 무인 발매기(키오스키) 도입 등 시민들의 편의를 우선시해 지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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