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속 손혜원(사진 오른쪽) 의원이 16일 본인 부친을 ‘좌익 사회주의 활동을 한 독립유공자’라 언급한 자유한국당 나경원(〃왼쪽) 원내대표에게 “내 아버지를 당신 입에 올리는 일을 삼가달라”고 경고했다.
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 원내대표에게 “무슨 전략인지 또는 열등감인지 말끝마다 ‘손혜원’을 외치며 계속 떠들어대는 것은 당신 자유”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당신 같은 이기적 정치인이 함부로 입에 올릴 그런 분 아니다”라며 나 원내대표가 부친에 대해 언급한 것에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 “부디 조심하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손 의원은 이어 부친에 대해 설명한 글을 다시 올려 “제 아버지 손용우 독립지사는 여훈형 선생을 따라 서울로 올라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온몸을 던져 독립 운동하신 분”이라며 “1940~1941년 사이 18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했다”며 자신의 부친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민족, 그리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자랑스러운 분이다. 고작 1년 남짓 몸담았던 남로당 경력으로 평생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사셨다”면서 “자신의 독립운동 경력은 무시되고 폄하된 채 자신이 청춘을 바쳐 지키려던 조국으로부터 온갖 불이익을 당하며 억울한 생을 사신 분”이라고 부친의 업적을 기렸다.
그의 부친은 고(故) 손용우(1922~1997)선생은 1940년 서울에서 일본이 패전할 것이라 선전하고, 동아·조선일보 폐간의 부당성을 성토하다가 체포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광복후 국가보훈처는 손 의원의 부친이 광복 후 조선공산당 공산청년 동맹 서울지부 청년당원으로 활동한 사회주의 이력이 있다고 밝히면서 독립 유공자 포상을 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심사기준이 개정되면서 손 선생은 건국훈장인 애족장(5등급)을 수여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보훈처의 친일행적 가짜유공자 재조사에 대해 ‘친일청산=국론분열’이라며 ‘반민특위(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로 국론이 분열됐다’고 발언하며 손 의원 부친을 다수 언급했다.
그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이 반민특위로 분열됐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반민특위 활동 자체가 국론분열을 일으켰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전날에도 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정부는 해방 이후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국가보훈처가 지금 과거와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역사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한 비판과 지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후폭풍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 출연한 나 원내대표는 반민특위 발언과 관련해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해방 후에 이런 부분이 잘 됐어야 했다”며 손 의원 부친의 사례를 언급했다. 나 원내대표는 “손 의원 부친이 6번 독립 유공자 신청했다 떨어졌는데 이번에 전화로 접수했는데 됐다는 것 아니냐”며 “손 의원 부친의 경우처럼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세력에게 독립 유공자 서훈을 주려는 것에 대해 우려를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좌익 활동, 즉 사회주의 활동했던 독립 유공자를 대거 포함하겠다는 것을 또 다른 국론 분열로 염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진행자가 ‘손혜원 의원 부친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해야 될 문제고, 반민특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 원내대표는 “그(반민특위) 이후에 큰 국론 분열이 온 것처럼 지금 다시 과거를 헤집으면서 좌익 활동을 한 분 중에서 결국은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반대했던 분들까지 대거 포함시켜서 또다시 과거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 아닌가”라고 답하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보훈처는 13일 ‘2019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친일행위를 했음에도 독립운동자 행세를 하는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기 위해 독립유공 서훈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독립유공자 서훈이 보류된 해방 후 사회주의 경력자 298명에 대한 재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보훈처의 이러한 업무 방향을 나 원내대표가 “친일청산이 곧 국론분열이다”라며 공개 저격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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