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성추행 이슈와 관련, 최근 개인 홈페이지에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의 결백 주장을 옹호하는 듯한 사견을 드러냈다가 곤욕을 치렀다. 여성우월을 표방하는 커뮤니티 ‘워마드’의 공격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워마드 회원들은 A씨 사진과 함께 실명과 직업 등 신상정보를 캐내 게시판에 공유하며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 회원은 나체 사진과 A씨를 합성한 사진을 올리거나 욕설과 살해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안 A씨는 충격에 빠졌고, 정신적 후유증도 컸다. A씨는 통화에서 “병원을 찾고 싶지만 혹여 신상정보가 더 노출될까 두렵다”며 “그들(워마드 회원)은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지금까지 남자한테 당해온 만큼 이 정도는 약과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범죄를 정당화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현재 수십명의 워마드 회원을 고소한 상태다. 그러나 처벌이 될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서버를 확보하면 잡을 수 있지만 워마드의 서버가 해외에 있어 (가해자 확인 작업이)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피해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워마드 게시판에는 남성들의 사진과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욕설하는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8일 한 회원은 “(휴대폰) 앱을 사용하면 별의별 X(남성 성기 지칭)가 있는데 X같은 얼굴로 설친다”고 한 남성의 사진과 이름을 공개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남성을 조롱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지난 15일에도 다른 남성의 신상정보와 사진이 올랐다. 해당 남성은 통화에서 “(신상정보가 올라온 지) 전혀 몰랐다”며 황당해했다.
워마드 회원들은 이러한 신상정보 유출행위를 ‘박제’라고 부른다. 워마드에 반하는 행동을 한 한국 남성을 커뮤니티에 글로 남겨 함께 공격하자는 뜻이다. 공격 대상은 정치인, 언론인, 일반인 등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이다. 지난해 12월 21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워마드 폐쇄를 주장하자 워마드 회원들은 곧 하 위원과 같은당 이준석 최고위원의 나체 합성사진을 게시하며 맹공한 바 있다. 워마드나 극단적 페미니즘을 지적한 일부 기자도 워마드의 신상캐기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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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라온 남성 합성 사진을 소개하며 워마드에 대한 엄중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워마드 게시판에서 ‘집단 린치’를 당하는 박제 피해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게시판에 올라도 본인이 직접 찾아보거나 누가 알려주지 않는 한 알 도리가 없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수사기관에 신고해도 워마드 서버가 해외에 있어 가해자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워마드 운영자에게 유해 게시물에 대한 심의·시정요구를 하고 있지만 워마드의 이행률은 31.4%에 그쳤다. 방심위는 게시물의 70%가 불법정보일 경우 사이트 폐쇄 등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누구나 글을 올리는 커뮤니티 특성상 제재 적용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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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SNS에서 유행한 강남패치, 한남패치 페이지. |
온라인상 신상정보 유출이 논란을 빚은 건 오래 됐다. 2015년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등장한 ‘강남패치’라는 페이지는 일반인 여성들의 신상정보를 유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강남패치 운영자 B(28·여)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2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한 부분이 인정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시기 비슷한 성격의 ‘한남패치’도 등장했다. 한남패치 운영자 C(31·여)씨도 경찰에 검거됐다.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온라인상에 유출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도 “워마드 회원들이 남성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올려 우월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남성, 여성의 편가르기 현상이 심해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인터넷이란 특성상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한 마녀사냥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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