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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겐지 지음/김승복 옮김/유유/1만6000원 |
일본 동네 서점 주인 야마시타 겐지가 담백하게 털어놓는 스토리다. 서점 또는 책방이란, 지식과 교양이 넘나드는 ‘지성의 산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 서점은 썰렁하고 한적한 공간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 야마시타 겐지는 자잘할 수도 있는 책방 운영의 노하우를 담은 기록을 책으로 냈다. 동네 서점만이 가질 수 있는 안온하면서도 정서적 공간의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놓았다.
이 책을 번역한 김승복(사진) ‘쿠온’ 대표도 일본 도쿄의 한국 책방 주인이다. 도쿄 시내 헌책방 거리인 진보초에 가게를 열어놓은 서점 주인이자 편집 기획자다. 그는 최근 도쿄에서 한국 토종 소설 ‘토지’를 번역 출간, 호평을 받으면서 나름 재미도 보고 있다. 최근 책 출간을 기념해 서울을 찾은 그를 홍대입구역 부근 찻집에서 만났다.
“저자 야마시타 겐지의 서점 이름은 ‘가케쇼보(벼랑 책방)’인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른 책방이랄까. 일본의 고도 교토에 문을 열었다. 2004년부터 오픈해 11년간 운영하다 2015년 근처로 책방을 옮겼다. 그러면서 ‘호호호좌’(웃음소리가 있는곳)로 서점 문패를 바꿔달았다. 이색적인 책방 이름으로 미뤄 나름 재미보고 있는 것 같다.” 이어 김 대표는 “책에는 책방을 꾸리는 사람들이 누구나 겪는 실패담이나 지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면서 “돈 벌 수 있는 책방 운영의 노하우도 담겼다. 아울러 서점 주인이 겪는 고군분투 삶의 애환이,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더러 위로를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의 갖가지 유형의 책방지기들이 펴낸 책들에는 그들의 축적된 경험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툴고 불합리하지만 자기 방식대로 책방을 키워낸 책방지기들 얘기는 한국에서도 흥미를 끌 것”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맥주 파는 서점으로 유명한 ‘B&B’의 우치야마 신타로, 새로운 큐레이션으로 이름을 얻은 ‘BAHA’의 하바 요시타카, 서점의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늘 새로움이 있는 ‘Title’의 쓰지야마 요시오 등을 들 수 있다. 단 한 권의 책만 진열해 파는 ‘모리오카’ 서점의 모리오카 요시유키, 서점 직원으로 경력을 쌓으며 자신의 길을 닦은 서점 ‘세이코샤’의 호리베 아쓰시의 이야기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김 대표는 “야마시타 겐지의 책에는 화려하고 성공적인 사례도 있지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면서 오감을 자극하는 내밀한 얘기가 있다”고 했다. “오히려 이런 까닭에 한국에서 책방을 꾸리는 한국 책방지기들이 공감하고 현실적 도움을 받을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책을 한국에 소개하기로 한 이유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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