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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스페인·폴란드…2월은 외국어 영화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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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06 14:01:33 수정 : 2019-02-06 13: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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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챔피언스·콜드 워 7일 동시 개봉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 2월은 외국어 영화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 아동 학대와 조혼, 불법체류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레바논 출신 감독 나딘 라바키의 영화 ‘가버나움’이 누적 관객 수 6만명을 넘어서며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와 스페인, 폴란드 영화가 7일 동시 개봉한다.

러시아 영화 ‘아이스’ 스틸.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피겨 유망주 성장기 담은 러시아 영화 ‘아이스’

영화 ‘아이스(감독 올레그 트로핌)’는 극장가에서 오랜만에 만나보는 러시아 영화다. 이르쿠츠크의 광활한 바이칼호를 배경으로 피겨 스케이팅 유망주의 성장기를 은반 위에 그려냈다. 한 편의 아이스쇼를 보는 듯하다.

피겨 선수를 꿈꾸던 소녀 나디아는 연습장 문턱에서 좌절한다. 다리가 휘어진데다 신체 조정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로부터 10년 뒤. 나디아는 고향 이르쿠츠크의 피겨 대표가 된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수없이 반복한 결과였다. “넌 챔피언이야”라며 무한한 격려와 지지를 보내준 엄마는 그사이 세상을 떠난다.

코치 샤탈리나는 더 큰 무대로 나아갈 것을 권한다. 그렇게 모스크바로 향한 나디아는 레오노프를 만나 일과 사랑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점프를 하다 척수손상이란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레오노프도 떠난다.

고향으로 돌아간 나디아는 ‘똘끼’가 다분한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의 도움으로 재활 훈련을 하게 된다. 이내 휠체어에서 일어나 경기장에 복귀하는 기적이 일어난다. 그다음은 로맨스 영화의 도식을 따른다.

영화 속 나디아와 나디아 엄마는 실제 모녀 관계다. 나디아 역할을 맡은 아글라야 타라소바는 나디아 엄마를 연기한 크세니야 라포포트의 딸. 라포포트는 2009년 영화 ‘더블 아워’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여배우다. 타라소바는 또 레오노프 역할을 맡은 밀로스 비코비치와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

‘아이스’는 지난해 러시아 박스 오피스를 뒤흔들며 2020년 속편 제작을 확정했다. 7일 개봉. 전체 관람가.

스페인 영화 ‘챔피언스’ 스틸.
영화사 빅 제공
◆“2등이어도 괜찮아”…스페인 영화 ‘챔피언스’

스페인 감독 하비에르 페서의 영화 ‘챔피언스’는 코미디라기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드라마 영화다. 잘나가던 프로 농구팀 코치 마르코가 음주 운전으로 팀에서 방출되고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은 뒤 지적장애인들의 농구팀 ‘프렌즈’의 코치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냥 아이들을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저 한 팀이 된다는 게 뭔지 알려주세요.”

마르코는 프렌즈 관계자의 말에 처음에는 콧방귀를 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말은 곧 현실이 된다.

한 팀이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공을 패스하는 법부터 가르쳐야 했다.

서로 마음을 열면서 팀워크는 단단해진다. 전국 대회에 나가 승승장구하며 결승전에 오른다. 아픈 기억 때문에 마르코를 믿지 못하던 올림픽 챔피언 로만도 마음을 열고 팀에 합류한다.

“한 팀이 돼 움직여! 그거면 충분해!”

마르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기장에서 ‘한 팀’을 외친다.

결과는 준우승. 프렌즈 선수들은 상대 팀에 외려 축하 인사를 전하며 “우리가 2등이야!”라고 날뛰며 좋아한다.

“코치님은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를 한 팀으로 만들어 주셨어요.”

프렌즈 선수들은 마르코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한 팀이 돼 전국을 누비는 동안 한 단계 성장한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마르코가 엘리베이터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들 때문이었다.

프렌즈 선수들이 장애가 있는 비전문 배우들이란 점이 감동을 더한다. 7일 개봉. 전체 관람가.

폴란드 영화 ‘콜드 워’ 스틸.
찬란 제공
◆사랑의 스산한 그림자…폴란드 영화 ‘콜드 워’

아름답고 황홀하다. 폴란드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의 ‘콜드 워’는 이런 수식어로 충분하다. 영화를 보면 포리코브스키 감독이 지난해 제71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이유를 알 수 있다.

1949년. 폴란드 마주르카 악단의 지원자와 면접관으로 만난 줄라(요안나 쿨릭 역)와 빅토르(토마즈 코트 역)는 첫눈에 반한다.

1952년. 악단의 공연 차 찾은 독일 동베를린에서 빅토르는 프랑스 파리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줄라는 오지 않는다.

2년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빅토르를 찾아온 줄라는 쏘아붙인다.

“그래서 행복해? 나라면 당신 없이 혼자 탈출하지 않았을 거야.”

이듬해 빅토르도 국경을 넘어 유고슬라비아에 간다. 줄라를 만나기 위해서다.

1957년. 줄라가 파리를 다시 찾는다. 빅토르 곁에 있기 위해 이탈리아인과 위장 결혼했다.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줄라는 이내 우울함을 느끼고 고국으로 홀연히 떠난다.

2년 뒤 빅토르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폴란드에 돌아간다. 징역 15년이란 중형을 선고받은 그의 손가락은 고문 때문인지 휘어지고 말았다.

15년간 위태로운 사랑을 이어 온 두 사람은 감옥에서, 감옥 같은 일상의 굴레에서 서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끝내 함께할 수는 없었다. 이들 여정의 종착점은 스산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영화가 흑백영화인 건 암울한 당시 시대상과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흑백 영상 못지 않게 주제곡 ‘심장’의 쓸쓸한 멜로디도 긴 여운을 남긴다. 7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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