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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빵 처벌할 순 없나요?"…'보행흡연'에 고통받는 사람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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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8 13:40:05 수정 : 2019-01-28 18: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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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 서서 피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생후 8개월 된 아이가 있는 김모(36·여)씨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길을 걸을 때면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본다. 담배가 들려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누군가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오는 것이 보이면 김씨는 유모차를 끌고 주변 골목 등으로 몸을 숨긴다. 아예 뒤돌아서 오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옆길로 빙 돌아갈때도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한 상가 입구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 = 김경호 기자
김씨는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따라 길 전체에 냄새가 난다”며 “아이때문에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서라도 보면 우리가 다른 길로 가면 되는데 담배 피우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마주쳤을때나 뒤쪽에서 올때는 못피하고 연기를 그대로 마시게 된다”며 “아이가 담배 연기를 마시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속상하다. 길에서 피우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걸어가면서 피우지 말고 한 자리에 서서 피웠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금연정책이 확대되면서 금연 건물 등 금연 공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줄지 않아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흡연하면서 이동하는 행위(소위 ‘길빵’)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길 흡연’을 검색하면 500여건의 청원 글이 나온다. 이중 절반 이상은 “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단속해달라”는 글이다. 이슈가 될 정도로 청원 동의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내용이 한달에 10여건 이상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그만큼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모(34)씨도 지난해 8월 국민청원 사이트에 ‘길을 걸어다니면서 흡연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당시 임신 중이었던 아내와 매일 산책을 했는데, 골목에서 담배 피우며 걸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갑자기 길에서 담배 냄새가 확 날때는 ‘습격’을 받는 기분이었다. 너무 답답해서 청원글까지 썼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 역시 3년전까지 흡연자였지만, 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웠던 적은 없다. 그는 “야외 흡연 자체를 금지하면 흡연자들에게 과도한 제재가 되겠지만, 걸어가면서 피우지 말고 한 자리에 서서 피우라는 것은 지키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지킬 수 있다”며 “담배 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분밖에 안되는데 굳이 걸어가면서 피우는 이유를 모르겠다. 의지만 있으면 되는데 흡연자들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흡연자들이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흡연자 이모(28)씨는 “밀폐된 공간이라면 조심하겠지만 길은 사방이 뚫려있어서 담배를 피워도 연기가 금방 날아가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가다보면 날 보며 입과 코를 가리고 가는 사람도 있는데 솔직히 유난 떠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흡연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비흡연자 최모(30·여)씨는 “흡연자들은 담배 냄새에 민감하지 않지만, 비흡연자에게는 담배 냄새가 굉장히 불쾌하다. 누군가 담배를 피우며 지나간 뒤에는 길에서 꽤 오래 담배 냄새가 난다”며 “담배를 피운지 얼마 안되는 사람과 같이 엘리베이터만 타도 담배 냄새가 느껴진다. 아주 조금이라도 간접흡연을 하게 되면 기분이 나쁘다”라고 말했다.

실제 간접흡연이 논란이 되면서 일본 나라현의 이코마시는 지난해부터 시청사 직원들에게 담배를 피운 직원은 흡연 후 45분간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흡연 후에도 45분까지 체내에서 유해물질이 빠져나간다는 일본 산업의과대학의 연구 결과를 참고한 것이다. 
또다른 비흡연자 이모(38)씨는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턴 담배 불똥에 아이가 다쳤다는 뉴스를 본 뒤에는 아이와 함께 다닐때 누가 담배를 피우면서 걷지 않는지 더 신경써서 보게 된다”며 “정부에서 ‘길빵’이 타인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것을 적극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흡연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한다는 의견도 있다.김모(34)씨는 “금연공간이 늘어난만큼 흡연자들이 마음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면 오히려 간접흡연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흡연공간이 충분히 확보되면 길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막아도 흡연자들이 할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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