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으로 영국의 두 번째 여왕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해 10월31일 국내 개봉 이후 지금까지(25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989만여명에 달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과 재관람 열풍이 맞물린 결과다. 그만큼 화제성도 엄청났다. 하지만 영화는 아무래도 퀸의 일대기를 짧은 상영 시간에 압축하느라 사실과 다른 부분도 적지 않다. ‘퀸 덕후’를 자처하는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홍보팀장은 “영화를 보니 ‘가리지날’ 종합 선물세트”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트로이목마)-가리지날 시리즈 1권(일상생활 편)·2권(경제·과학 편)을 펴낸 ‘지식 큐레이터’ 작가이기도 하다.
조 팀장은 가리지날을 ‘오리지날이 아님에도 오랫동안 널리 알려져, 이제는 오리지날보다 더 유명해진 상식’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곧 출간할 ‘가리지날 시리즈 3권’(예술·언어 편)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관련한 뒷얘기를 싣기로 했다. 조 팀장의 도움을 받아 영화 속 주요 가리지날과 오리지날을 차례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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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n Bohemian Rhapsody Photo-Credit Mick Rock, 유니버설뮤직 제공 |
초기 악덕 매니저와 음반사(이 음반사 이름이 Mercury 음반)와 소송 끝에 자유의 몸이 된 퀸은 대형음반사 EMI와 계약을 맺게 된다. 비틀스, 핑크 플로이드 등을 배출한 거물 음반사인 EMI는 주목받는 신인 그룹에게 충분한 녹음시간과 장비 지원을 했다. 이에 프레디는 그동안 꿈꿨던 대형 오페라틱 록음악의 성공을 실현하고자 하니 그 유명한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180번의 오버 더빙 끝에 탄생하게 된다.
<방랑자의 광시곡>이라 번역되는 이 노래는 프레디가 본인의 처지를 빗대었단 분석이 많다. 본인이 아시아인이라 영국에선 이방인 신세였고, 그의 혈통 파르시 역시 인도에선 영원한 이방인, 그의 탄생지인 잔지바르 역시 폭동으로 많은 인도인이 목숨을 잃었던 아픈 현대사가 있었다. 그래서 돌아갈 고향이 없던 영원한 떠돌이 인생에, 이 당시부터 양성애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본인의 처지를 빗댄 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앞서 1,2,3집에서 5분이 넘는 대곡을 한곡씩 선보인 바 있지만 음반사 반대로 싱글 발매를 하지 못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발표 전략을 바꾼다. 일부러 친한 DJ에서 데모 음반을 넘겨 라디오 방송에서 기습 발표하는데, 이게 들어 맞아 무려 9주 연속 1위라는, 당시까지 영국 음악사상 최대 히트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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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렙소디` 스틸컷 |
이외에도 이 앨범은 퀸 역사상 최고 음반이라고 다들 인정할 만큼 알차게 구성됐다. 퀸 정규앨범을 처음 살 경우 무조건 이 앨범부터 사면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영화에선 ‘대체 갈릴레오가 누구냐?’는 의문을 남겼는데 갈릴레오는 위대한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이탈리아어로 ‘갈릴리 사람’이란 뜻이어서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합창 부분에서 악마 대장 벨제붑(Beelzebub)과 선의 상징 갈릴레오가 재판을 하는 장면에서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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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렙소디` 스틸컷 |
초기에 나쁜 매니저를 만나 노예계약을 해 3집까지 고생만 하던 퀸 멤버들은 소속사를 옮긴 후 만든
4집 A Night At The Opera에서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대성공을 거두며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지만 평론가들은 악평을 해댔다. 라이브 공연이 불가능한 오페라 파트를 넣고 특징없는 잡탕 노래를 부른다고 하면사다. 게다가 1977년 영국을 뒤흔든 펑크 록이 등장하면서 신세대 후배 로커들에게는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등 대형 록그룹들과 함께 “시대를 반항하는 록 정신을 저버리고 돈 많이 벌어 기름이 낀 노땅 그룹”으로 몰리며 타도의 대상이 된다.
이에 퀸 멤버들이 “그래, 너네는 3개 코드와 3개 악기로만 노래 만든다고 자랑했지? 우리가 본 때를 보여주마!”하는 식으로 작정하고 만든 노래가 바로 'We Will Rock You'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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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렙소디` 스틸컷 |
당시 새 앨범을 사 들고 오디오에 앨범을 걸었던 팬들과 건방진 펑크 록 후배들에게 ‘우리도 단순하면서 반항적이고 멋진 노래 만들 줄 안다. 짜식들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에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평론가와 기자들에겐 혹평을 받아도 팬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지지를 받던 퀸은 양성애자이던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1991년 사망하면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꾸준히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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