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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종이부시(終而復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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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27 23:49:55 수정 : 2018-12-27 23: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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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본래 길건만 마음 바쁜 이가 스스로 짧다 하고/ 천지는 본래 넓고 넉넉하건만 마음 천한 이가 스스로 좁다 하며/ 바람과 꽃과 눈과 달은 본래 한가롭건만 악착스런 이가 스스로 번거롭다 하네(歲月本長而忙者自促 天地本寬而鄙者自隘 風花雪月本閒而勞攘者自冗).”

‘채근담’에 나오는 시다. 세밑이다. 이맘때면 왠지 허전함이 마음에 가득하다. 누군가는 황혼 빛이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그리움과 아쉬움, 슬픔이 짙게 묻어 있다. “미(美)는 우수(憂愁)와 함께한다”는 존 키츠의 말처럼, 우리는 한 해가 가는 12월의 아름다움 속에서 내면으로 젖어드는 숭고한 아픔과 회한으로 얼룩진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물론 우주의 긴 시간에 비춰 볼 때 일 년은 찰나에 불과하고, 세상은 예전처럼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공자가 “춘하추동 사계는 변함없이 운행하고, 만물은 여전히 낳고 자라니, 하늘은 무엇을 말하는가(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라고 설파한 바는 천지의 단절 없는 운행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천하의 이치는 끝마치자마자 다시 시작되고 항상 있는 것이며 끝이 없는 것이다(天下之理 終而復始 所以恒而不窮)”라며 “오직 때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어 나가는 것이 곧 상도(惟隨時變易 乃常道也)”라고 한 ‘근사록’의 가르침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그래도, 한 해의 끝을 어떻게 하면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사랑 실천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 상징하듯 팍팍하고 어려운 이웃이 적잖다. 더구나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했다. 민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추운 날씨에 연탄 한 장이 아쉽고 따뜻한 밥 한 공기가 얼마나 감사하고 눈물겨운지는 춥고 배고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실감하기 어렵다.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의 심정과 늙고 병든 데다 외로움까지 겹친 이웃을 외면하지 못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나도 없는 살림이지만 조금 보태는 마음, 빈자일등은 그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되새겨보게 한다. 유종의 미는 새 출발의 거름이 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終而復始 : ‘천하의 이치는 끝마치자마자 다시 시작된다’는 뜻.

終 마칠 종, 而 말 이을 이, 復 다시 부, 始 비로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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