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고 김모씨의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검사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지 2년여 만이다. 그 사이 김씨는 숨을 거뒀다.
김씨는 1979년 10월20일 부산 지역 소요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손학규 당시 한국기독교연합회 간사(현 바른미래당 대표) 등에게 “데모 군중이 반항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번 데모에서 총소리가 군중에서 났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려 계엄사령관의 계엄 포고 조치에 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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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7월 1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 카터 미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씨는 1980년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를 거쳐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2016년 부산고법에 재심을 청구한 끝에 부마항쟁보상법상 특별 재심 사유가 인정돼 재심이 결정됐다.
부산고법은 “당시 김씨 발언은 포고령상 유언비어 날조나 유포 행위가 아니고, 김씨에게 유언비어 유포라는 인식도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고법은 특히 “당시 계엄 포고령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해야 할 정도로 군사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어 구 계엄법이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포돼 위법·무효”라고 판시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나 계엄 포고 발령은 통치행위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계엄 포고는 이른바 유신 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인 부마민주항쟁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면서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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