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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형 받았는데 변호인 이름 몰라"… 북한 변호사 실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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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교육 받은 자'와 '사법기관 사업(근무) 경험자'에 변호사 자격 부여 / 1000명 미만 추정… 민사소송 거의 없고 형사소송도 변호인 역할 미미 한반도 화해 무드를 타고 남북한의 법·제도 통합 및 정비에 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북한의 변호사제도에 관심이 쏠린다. 대다수 국민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도 변호사가 있나’ 하고 의문을 가질 법한데 북한에도 변호사는 있다. 다만 자격요건부터 실제 하는 업무까지 한국과 다른 점이 많아 통일 이후의 변호사제도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북한, 누가 변호사 되는지 시험규정 '애매모호'

24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에 따르면 최근 서울변호사회와 통일과북한법학회(회장 신영호)의 공동 주최로 ‘통일시대를 대비한 법제도 정비’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에서 김기수 변호사가 ‘남북한 변호사제도의 통합 방안’이란 흥미로운 주제의 발표를 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변호사회 통일법제특별위원회에서 북한 변호사제도 연구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변호사에 의하면 북한 변호사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체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변호사가 되는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해방 직후인 1947년 북한 변호사규정은 ‘1. 북조선에서 1년 이상 판사, 검사 또는 예심원으로 있은 자, 2.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공인한 법률학교를 졸업한 이후 1년 이상 사법기관에서 복무한 자, 3. 변호사회에 입회하여 변호사보로서 1년까지의 기간사무를 배운 후 소정의 고사에 합격한 자’라고 변호사 자격을 비교적 상세히 규정했다.

그런데 이후 ‘법률교육을 받은 자 및 민주주의 사법기관에서 사업한 경험이 있는 자가 변호사회 회원이 될 수 있다’고 추상적으로 고쳐 현재에 이른다. 김 변호사는 “북한 변호사법이 규정한 ‘법률전문가의 자격을 가진 자’와 ‘해당 분야의 전문가 자격을 가진 자’가 누구인지 변호사법 등 공개된 법률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이 주최한 ‘통일시대를 대비한 법제도 정비’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은민 변호사, 김기수 변호사(발표자), 현두륜 변호사, 이정민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제공
◆"13년 징역형 받았지만 변호인 이름도 몰라"

물론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법률전문가의 자격을 가진 자’란 김일성종합대학 법학부 법학과나 평양인민경제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그 대학 등에서 법학교수직에 있는 자 또는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 등에서 법학 연구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인민경제대학 등에서 단기 법률교육을 받고 조선변호사회 중앙위원회에서 실시하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자도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북한의 변호사시험이 어떤 과목으로 구성되고 응시자격이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로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만큼 이혼소송을 제외하면 민사소송이 제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면 국가경제기관, 기업들이 인민경제계획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하는 중재재판 건수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북한은 변호사의 민사소송 대리인으로서의 역할보다 중재재판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이 훨씬 중요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 형사사건은 어떨까. 사회주의 국가답게 변호사의 ‘공익적’ 성격이 강조되기 때문에 형사소송 변호인의 역할도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분석이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어머니가 국가재산 약취죄 등으로 13년의 교화소형을 선고받았지만 누가 어머니를 변론했는지 변호사 이름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독일, 통일 후 옛 동독 변호사 일부 자격 박탈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민사소송이 거의 없고 따라서 변호사 수도 적은 편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북한의 변호사 숫자는 1000명 미만으로 추정된다. 반면 한국은 그보다 20배 이상 많은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같은 숫자의 격차는 당장 남북한이 통일되고 변호사제도가 통합되더라도 북한 변호사제도가 한국 변호사제도에 미칠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이와 관련해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경험한 독일 사례가 주목된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직후 옛 동독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들에게 옛 서독 변호사와 똑같은 자격증을 부여했다. 물론 옛 동독의 비밀경찰 업무를 주업무로 하거나 비공식적으로 수행하면서 인권 및 법치국가 원칙에 반하는 행동을 한 변호사는 허가를 거부하거나 취소했다. 베를린주를 예로 들면 통일 후 옛 동독 변호사 227명이 변호사 허가를 신청했으나 41명은 거부당했다.

한국도 통일 후 과거 북한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들을 우리 변호사제도 속에 어떻게 포용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 변호사는 “북한에서 변호사 자격을 가졌던 이는 북한에서도 일정 기간은 변호사 자격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 헌법상 직업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타당하다”며 “통일 이후에도 가급적 북한에서 가지고 있던 직업적 권리는 그대로 보장하되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쳐 한국 사법제도와 통합을 이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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