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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올라 10만원이 기본… 청첩장 받기 두려워요" [뉴스+]

입력 : 2018-11-22 19:44:52 수정 : 2018-11-22 19: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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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성수기 맞아 난감한 2030 / 미혼남녀 438명 조사… 63% “부담” / “많을 땐 하루에 3번이나 있어 고민” / 결혼 당사자도 대접 비용 부담 커 / ‘준 만큼 받아야 한다’ 심리 만연 탓 / 대안 떠오른 ‘스몰웨딩’도 시들해져
“좋은 일이긴 한데 솔직히 힘들죠….”

직장인 김모(30)씨에게 11월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인들의 잇단 결혼으로 호주머니 사정이 말이 아니어서다. 지난 10일 하루만 결혼식이 3번 있었는데 아직도 하나가 더 남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빠질까 생각도 해봤지만 차마 입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그는 “축의금도 올라 10만원이 기본이 된 지 오래”라며 “밥 먹을 돈도 없는 터라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결혼식을 올리는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내년 2월 결혼 예정인 직장인 이모(32)씨는 요즘 청첩장을 지인들에게 전달하며 고민이 깊다. 맨입으로 결혼식에 와달라고 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씨가 예비 신부와 청첩장 모임에 쓰기로 한 예산은 200만원 안팎. 결혼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것도 적은 액수라고 한다. 그는 “(청첩장 모임에) 돈을 좀 쓰더라도 크게 대접하는 게 심적으로 낫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혼 성수기로 불리는 가을·겨울철이 오면서 청첩장이 두려운 청년이 많다. ‘축의금 인플레이션’에 청첩장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한때 이른바 ‘작은 결혼식’이 대안으로 제시됐으나 금세 얘기가 시들해졌다. 서로의 관계를 축의금으로 확인하는 정서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악순환’의 연속일 것이란 냉소적 분석마저 나온다.

22일 통계청 ‘월별 혼인 건수’를 보면 매년 가을로 접어드는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가 이른바 결혼 성수기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통계를 살펴본 결과 12월 혼인이 19만8182건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적은 달인 9월(11만2233건)의 1.7배가량 된다. 이어 5월(16만7151건), 1월(16만1058건), 11월(15만8588건) 순이었다. 통계만 놓고 보면 청년들에겐 지금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셈이다.

어려워진 경기에 청첩장이 일종의 ‘고지서’처럼 느껴져 떨떠름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438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청첩장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하할 일이 분명하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한 포털 질문 게시판만 보더라도 ‘이런 관계인데 축의금은 얼마를 내야 하느냐’, ‘불참을 위해 어떤 핑계를 대면 좋겠느냐’ 등 질문이 대거 올라와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식에서 돈을 주고받는 문화가 원래 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김덕화 한국전례연구원장은 “우리 선조들은 경조사 때 생필품을 주고받거나 허드렛일을 거드는 경우는 있었다”면서도 “결혼식이 부조금을 거두는 장소처럼 여겨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때 이런 부담을 줄이고자 ‘작은 결혼식’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존 결혼식과 비교해 비용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데다 결혼식을 통해 사회적 권위와 부를 과시하려는 정서가 여전해서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 중산층의 경우 상호 부조금을 통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청년들이 작은 결혼식을 고민하더라도 ‘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심리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작은 결혼식’에 관한 좋은 선례가 쌓이기 전까지는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삽화=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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