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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봉구 유치원 3곳 동시 폐원에 영어학원비가 오르더라" 학부모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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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5 07:00:00 수정 : 2018-11-15 07: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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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도봉구 사립유치원 줄줄이 폐원 통보

“유치원 3곳 다 원장이 아파서 폐원을 한다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서울 도봉구에서 6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A(39)씨는 14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녀가 다니고 있는 ㄷ유치원이 학부모들에게 사후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폐원 통보를 했고, 근처 유치원 최소 2곳도 폐원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A씨는 “세 유치원 모두 원장이 아프다, 건강상의 이유라고 한다. 아이가 충격 받을까봐 이 얘기는 하지도 못했다”며 “대책 없이 사립 유치원을 압박만 하는 정부 때문에 학부모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원 통보 문자와 공문. 제보자 제공
◆학부모 “일방적 폐원 통보... 원장들 다 아프다고”

A씨에 따르면, 폐원을 앞둔 도봉구 ㄷ사립유치원은 원생 규모가 약 200명으로 해당 지역에선 꽤 큰 곳에 속한다. 개원한 지 30년이 넘는데다 인지도도 높아 들어가기도 어려운 유치원이라 했다.

그런데 지난 8일 ㄷ유치원은 돌연 학부모들에게 내년 2월까지만 운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받은 메시지에는 “10월에 큰 수술을 하셨던 원장님의 건강 악화로 갑작스럽게 2019년 2월 28일을 마지막으로 폐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라며 “당혹스러운 상황 깊이 사죄하며, 건강 사유로 인한 폐원이니만큼 양해부탁드립니다”고 적혀있다.

A씨는 “(폐원 소식에) 학부모들이 모두 의아해했다. 우리 아이만 해도 아직 졸업도 안 했고 1년 더 다녀야 하는데”라며 “알아보니 여기만 그런 게 아니고 근처 다른 유치원 두 곳도 원장들이 건강상 이유로 폐원을 한다더라. 우리가 뉴스를 안 보는 게 아니고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데... 어떻게 원장들이 동시에 아플까? 아무래도 담합을 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폐업 소식에 ‘영어학원’도 가격 올려

유치원들이 줄줄이 문 닫는다는 소식에 영어학원이 도리어 학원비를 올렸다고 소식이다. A씨는 “지금이 내년도 원아모집 시즌이다. 도봉구에선 유치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폐원을 하면 갈 데가 없다”며 “(이 소식에) 다른 데가 갑자기 가격을 올렸다. (유치원 역할을 하는) 영어학원 학원비가 한 달 70만원에서 76만원이 됐다. 교재비까지 하면 거의 100만원 수준이다. 반사이익을 노리는지...”라고 답답해 했다.

그는 또 “지금 유치원 학원비가 40만원인데 정부 지원금을 뺀 가격”이라며 “지원금까지 합하면 인당 70만원이 넘는다. 이것도 많이 내는 건데... ‘울며 겨자먹기’로 더 많이 내게 생겼다”고 말했다.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 ‘배째라’식 사립유치원에 학부모는 항상 ‘을’

A씨는 유치원이 항상 갑의 위치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국공립(유치원)을 보내려 했는데 보내고 싶어도 자리가 모자라서 못 보낸다. 6~7세 넘어가는 아이는 이번에 1명 뽑는다더라”며 “ㄷ유치원은 그동안 운영도 일방적으로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예를 들어 정보 요구를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아이들 급식 사진을 보여달라고 얘기 하면 ‘그렇게까지 하는 부모는 없었다. 우리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고 했다”며 “애가 울면 부모 입장에서 물어볼 수 있는 건데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한다. 또 물어보면 ‘애가 유치원에 적응을 못하는 거 같은데 다른 유치원을 알아보라’고 이야기한다”고 토로했다.

세계일보 자료 사진
◆“친구와 떨어질 아이가 충격받을까 폐원 말 못해”

올해 6세인 A씨의 자녀는 내후년 초등학교에 입학 할 예정이다. ㄷ유치원이 내년 2월 폐원하면 1년간 다른 유치원을 다녀야 한다. A씨는 차마 자녀에게 지금 유치원 친구들과 헤어지게 됐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맞벌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만 하는데... 그렇다고 당장 이사를 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아이는 현재 이 상황을 모르고 있다. 애가 아직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자기 유치원이 문을 닫는다는 걸 받아들이기엔 (아직 너무 어리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이어 “아이가 친한 친구들과도 헤어져야하고 다른 환경에서 1년 더 보내야 한다.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질텐데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신은 ‘진정한 교육자’라던 원장들, 이러 일에 있어선 사업자”

그는 유치원 원장들이 입학식 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A씨는 “모든 원장들이 원생 모집할 때, 입학식 할 때 ‘나는 교육자다. 나는 애를 사랑한다. 이게 천직이다’고 말한다”며 “그런데 이런 일에 있어선 사업자, 장사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정말 교육자가 맞나? (원장들이) ‘우린 교육 기관이 아닌 개인 사업자다. 내 몸이 아프고 귀찮은데 내 사유재산인데 너희가 어떡할거야’ 다 논리를 그렇게 펼친다”고 씁쓸해 했다.

한 사립유치원 정문에 ``학부모 긴급회의``를 알리는 안내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책 없는 정부... 학부모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

A씨는 정부 기관의 미온적 대처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부모들이 청와대 청원도 하고 교육부 쪽에도 민원을 많이 넣었다”며 “교육부, 북부교육청에도 몇 번 민원을 제기했다. 확인해달라고. 그쪽에서 ‘사태파악 중인데 유치원이 폐업한다고 하면 벌금을 4000만원인가 낸다. 유치원 측이 그걸 내고 폐원한다하면 저희는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우린 (폐원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가 통보 문자를 보여준대도 시큰둥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거 아닌가? 정부의 취지 자체는 좋다. 하지만 이렇게 대안 없이 해버리면 어떡하냐. 관계 기관인데 원장들이 어떻게 나올지 그 습성을 알 텐데”라며 “만약 원장이 아픈 거면 위임을 해주면 안 되는지, 정 안되면 아이들 그대로 다른 병설에 넣어줄 수는 없는지... 정부 기관에서 대안을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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