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5일 포항지진 발생 이후 1년이 되어가는 10일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지진 이재민 조연옥(61·여)씨는 “여기도 내 집이 아니고 제가 살았던 아파트도 내 집이 아닙니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마치 떠돌이 유랑생활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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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발생 1년을 맞아 다시 찾아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모습. 지진으로 아파트가 기운 데다 곳곳이 파손돼 있어 주민을 이주시키고 입구를 폐쇄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장영태 기자 |
조씨는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살던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으로 돌아와 보니 집은 엉망인 상태였다. 벽은 금이 가고 유리창은 깨져 있고 물건들은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전쟁터 같았다. 비가 오면 새는 데다 언제 지진이 다시 발생할지 몰라 불안해 어쩔 수 없이 옷만 간신히 챙겨 나왔다. 이재민이 대피해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으로 거처를 옮겨 좁고 불편한 텐트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지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조씨는 지금도 지진 악몽에 시달리곤 한다. 대피소에서 운영되던 빨래방이 철거돼 조씨는 세탁을 하려면 자신이 살았던 아파트로 돌아가 빨래를 해온다. 남편과 함께 텐트에 누우면 다리가 텐트 밖으로 나올 정도로 비좁아 생활하기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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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 가고 곧 추위가 닥치는데도 여전히 91가구 주민 208명이 체육관에 임시 거주하며 불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장영태 기자 |
임시구호소 운영을 놓고 포항시와 이재민 간 감정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만큼 포항시는 애초 임시구호소를 철거할 예정이었다. 흥해실내체육관은 본진과 여진으로 외벽에 틈이 벌어졌고 내부 천장 구조물 일부가 휘었다. 이 때문에 체육관을 보수해야 하지만 이재민이 있어서 손을 대기 어렵다. 임시로 보강 철재로 덧대어놓았을 뿐이다.

포항시는 피해 건축물 조사에서 한미장관맨션은 C등급으로 구조체에는 문제가 없고 보수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자체 선정한 전문업체의 구조 안전성 검토에서 E등급이나 D등급을 받았다며 맞섰다. 허성두 포항시 지진대책국장은 “주민설명회와 간담회 등 주민과 지속적인 대화로 용역 결과를 수용토록 설득 중”이라며 “공동주택지원사업으로 공용부분을 보수하는 등 원만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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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진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 지진 이재민 29가구가 입주해 있다. 포항시 제공 |
지난해 11·15 강진에 이어 올해 2월11일 규모 4.6 여진으로 발생한 포항지역의 재산피해는 총 845억7500여만원에 이른다. 전파·반파 주택은 956건, 소파 판정이 난 주택은 무려 5만4139건이다. 학교나 공공건물, 도로 등 공공시설 피해도 421건이다. 당시 17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 흥해실내체육관을 비롯해 기쁨의 교회, 항도초, 대도중 등 11개 구호소에 분산, 수용됐다.

지진은 물적 피해뿐 아니라 포항 시민들의 마음에도 큰 상처를 냈다. 지진 공포, 이른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 지난 1년 동안 포항시 북구보건소가 운영하는 재난심리지원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받은 사람은 9800명에 이른다. 지진 발생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재민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흥해읍 주민 김성두(67)씨는 “정부 차원에서 재산피해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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