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수습제도를 악용해 수습변호사를 단기간 싼 값에 고용해 착취하려는 사례가 많다. 사법연수원 집체교육을 실시해 수습변호사에 대한 고용차별이 해소되길 희망한다.”
“실무수습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사법연수원 집체교육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만큼 반대한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제7회 변호사시험 출신 변호사 187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답변 일부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시에 합격한 법조인들은 개업 변호사로 활동하기 위해 법무법인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6개월간 실무수습을 해야 한다. 설문조사는 이 실무수습이 과연 만족스럽게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착취’ 같은 격한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일부 변호사는 실무수습 실태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다만 로펌 등에서 하는 실무수습을 사법연수원 집체교육으로 대체하자는 의견을 놓고선 찬반이 엇갈렸다.

◆자기 돈 내며 회사 다니는 변호사 아직도 있어
26일 변협에 따르면 실무수습 목적은 변시에 합격한 변호사들이 실제 변호사 업무를 선배 변호사한테 배워 실무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함이다. 또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변호사로서 소양을 함양하고 업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호사 윤리를 습득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취지와 달리 실무수습 변호사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적지 않게 문제가 돼왔다. 변협 산하 청년변호사특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부당처우 사례를 수집하고 실태를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올해 들어선 ‘수습변호사 표준근로계약서’와 ‘수습변호사 처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수습변호사 월급은 세후 140만원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응답자 7명은 ”세후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법률사무종사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고 실무수습을 했다”고 답한 변호사도 4명이나 됐다. 이쯤 되면 사실상 ‘열정페이’를 강요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협 관계자는 “협회가 권고한 수습변호사 처우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실무수습제도 운영 및 수습변호사 부당처우 문제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보내줘" VS "로스쿨 형해화 우려"
이처럼 실무수습제도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로펌 같은 법률사무종사기관 대신 국가 소유의 전문 교육기관인 사법연수원에 신규 변호사 실무교육을 맡기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안됐다. 이른바 ‘사법연수원 집체교육’이다.
지난해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사법연수원은 조만간 예비법조인 교육기능을 잃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경기도 고양시에 새로 조성한 사법연수원은 최대 2000명을 수용하고 교육시킬 수 있는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어 그냥 기성 법관들의 연수 공간으로만 쓰기엔 솔직히 아까운 게 사실이다. 이 시설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실무연수에 쓰자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청년 변호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설문에 응한 변호사 187명 중 82명(43.9%)은 사법연수원 집체교육에 찬성한 반면 그와 엇비슷한 76명(40.6%)은 반대했다. 나머지 29명(15.5%)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찬성론자들은 “아무래도 국가기관인 만큼 신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론자들은 “다양한 배경의 법률가 양성이란 로스쿨 도입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변협 관계자는 “변시 합격자들의 사법연수원 집체교육 여부에 찬반양론이 팽팽한 것을 새삼 확인했다”며 “어떤 방식이든 법률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신규 변호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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