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KDB미래전략연구소 정승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저출산 국제비교와 원인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15.3배로 분석됐다. 글로벌 도시 통계정보 제공 사이트 ‘넘베오(NUMBEO)’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소득이 1000만원일 때 집값이 1억5300만원에 달한다는 의미로, 수치가 클수록 부담은 커지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6년)은 9.7배다.
동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해서 보면 비슷하거나 낮은 편이다. 홍콩(46.9배), 싱가포르(21.2배), 대만(17.5배) 등은 한국보다 높다. 문제는 이들 나라 대부분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매년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2014년 12.3배에서 2015년 13.9배, 2017년 14.3배로 커지고 있다. 대만은 올해 전년보다 다소 수치가 높아지긴 했지만 2014년(24.1배)와 비교하면 개선된 것이다.
일본은 2014년 8.3배에서 2015년 17.7배로 크게 악화한 뒤 이후 3년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OECD 평균은 2014년 각각 8.7배에서 9.7배로 커지고는 있지만 한국보다 정도는 심하지 않다. 집값 높기로 유명한 홍콩 정도만 2014년 29.4배에서 최근 크게 악화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집값 부담이 저출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2015년 40여개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수가 합계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도출한 결과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출산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격 외에도 기대수명, 청년실업률, 15세 학생 삶의 만족도도 출산율과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15세 학생 삶의 만족도의 경우 한국은 2015년 기준 6.36으로, 일본(6.8), 대만(6.59), 홍콩(6.48)보다 낮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는 2017년 1.05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초저출산을 경험한 국가의 1990년 이후 출산율 추이를 보면 최근 대부분의 국가에서 상승하는 반면, 한국은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 기대수명, 정신적 건강 악화, 청년실업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이 출산율을 하락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기대수명을 제외한 다른 변수들은 삶의 질을 낮추는 요인이기도 하다”며 “이에 관한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