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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몸에 밴 일본인의 ‘스미마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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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3 06:02:00 수정 : 2018-08-07 1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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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시민의식 어디로②] 일본 메이와쿠 문화 주목 지난달 3일(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일본-벨기에전 당시 일본은 2대 3으로 패했다. 일본 팬들이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리면서도 저마다 파란색 비닐봉지를 들고 관중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장면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벤치는 물론, 라커룸까지 깨끗하게 청소하고 떠난 일본 선수단의 성숙한 매너도 칭찬을 받았다.

이처럼 일본인들의 높은 시민의식은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메이와쿠(迷惑)’ 문화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메이와쿠란 ‘민폐, 폐’라는 뜻으로,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문화를 가르킨다.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경기 후 청소하고 떠난 일본 대표팀 라커룸. 프리실라 얀슨 트위터
◆귀에 못박히도록 듣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

일본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히토니 메이와쿠오 카케루나” 즉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마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다.

일본 엄마들의 자녀교육법을 다룬 책 ‘일본 엄마의 힘’에는 일본 부모들이 아이 훈육의 최우선 순위로 꼽은 행동으로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하는 것’ ‘놀이터 등에서 끼어드는 것’ ‘대중교통 이용할 때 떠드는 것’ 등이 소개돼 있다. 유치원과 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이 이어지면서 일본인들은 메이와쿠 문화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일본에서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히거나 작은 실수만 해도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일본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 통화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일본인들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자식이 죽어도 “스미마셍”…개인보다 사회 우선시 되기도

메이와쿠 문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단체에서 잘 협조하고 조화를 이루어가는 ‘융화술’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단체성을 중요시해 개인의 희생보다 사회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015년 발생한 ‘유카와 하루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일본인 유카와 하루나(당시 42세)가 이슬람국가(IS)에 포로가 돼 무참히 살해된 동영상이 공개되자 유카와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큰 폐를 끼쳐 죄송하다. 정부를 비롯한 관계자 분들이 전력을 다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테러집단의 만행에 귀한 자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개인적인 슬픔을 드러내기보다는 국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쳤다는 사실을 우선시했던 것이다.

일본인들의 메이와쿠 문화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일본인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이를 바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웃나라의 좋은 면을 우리 사회에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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