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라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김창석 대법관)
1일 임기만료로 물러난 대법관 3인이 일제히 사법 불신 확산에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전날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을 추가로 공개함에 따라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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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410개 행정처 문건 가운데 앞서 공개하지 않았던 196개(중복 32건 제외) 문건을 법원 내부와 언론에 공개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 퇴임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세명의 대법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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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퇴임식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 등으로 사법부 신뢰가 급속히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김신·고영한·김창석 대법관(뒷줄 왼쪽부터) 퇴임식’이 끝난 뒤 김명수 대법원장(맨 앞)이 퇴임 대법관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양 전 대법원장 밑에서 행정처장을 지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고 대법관은 “행정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부덕의 소치로 법원 가족은 물론 사법부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신 대법관은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대법관들이 무슨 거래를 위해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재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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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퇴임식을 마친 김명수 대법원장이 기념촬영에 앞서 홀로 서 있다. 연합뉴스 |

문건은 “정부 운영에 영향을 미치거나 국가적·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상고심은 대법원이 처리한다”고 기본 방침을 정했다. 이어 “BH가 원하는 특정 유형 사건을 ‘필수적 대법원 심판사건’으로 추가 가능”이라고 적어 청와대가 지정한 사건은 무조건 대법원이 맡아 심리할 길을 열어놨다.
필수적 대법원 심판사건은 △공직선거법·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1심 형사 합의사건 △중앙행정기관이나 기관장이 피고인 행정사건 등이다. 문건은 “사건 분류 단계에서 특정 사건을 대법원 심판사건으로 정해 달라는 공식적 의견을 정부가 개진하면 대부분 수용·반영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법원의 잇따른 자료 제출 거부와 압수수색영장 기각에 “불법은 기밀이 아니다”며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관 13명을 징계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사안임을 대법원조차 인정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문건 410건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발견된 문건 8000건 등 소명 자료가 압수수색도 못할 정도로 부실한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대법관이 갑자기 ‘대일관계’ 등 이유를 들어 자신이 내린 판결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지시를 후배 법관에게 내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기존 판례를 바꾸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었던 부장판사를 최근 소환해 “사건 배당이 지연되는 등 처리방식이 여느 사건과 달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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