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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모른山(모르셔스 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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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9 20:55:38 수정 : 2018-07-09 17: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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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철
큰 나라 섬 다스릴 때, 검은 노예들 견디다 못해
올라간 제주 성산포 일출봉 같은 검은 돌산, 토벌대
오기 전 수백 명 바다로 떨어진,

은빛 도도새들
유유히 날고 있다

사태 때
일출봉 백사장서
숨진 사람들

숨비기,

숨비기꽃들.


원은희
마크 트웨인이 “신이 모리셔스를 먼저 창조하고, 그것을 본떠 천국을 만들었다”고 극찬한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무인도 모리셔스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가 프랑스령을 거쳐 영국 지배를 받았다. 이때 아프리카계와 인도계 노예들이 대거 모리셔스로 유입되면서 노예해방을 위해 싸웠다.

모른산은 흑인 노예들이 자유를 갈구하며 투쟁하다가 최후를 맞이한 곳이다. 검은 전사들이 노예해방을 부르짖으며 낙화처럼 몸을 던져 산화한 모른(Morne)산은 제주 4·3사태 당시 토벌대가 오기 전 수백명 민간인이 학살당한 성산포 일출봉 앞, 터진목 해안과 비슷하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해안에서 벌어진 처참한 슬픔과 분노의 역사는 시간과 더불어 모리셔스에서 도도새마저 사라지게 하였다. 제주도 일출봉 백사장에서 숨진 사람들은 바닷물에 닿아도 죽지 않고 돌 틈에서도, 마른 모래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숨비기꽃으로 다시 태어나 지금도 꽃피우고 있다.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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