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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토끼' 사라지자… 불법 웹툰 '풍선효과'

입력 : 2018-06-06 19:35:09 수정 : 2018-06-06 22: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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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폐쇄에도 여전히 성행 /‘무료 만화’ 등 키워드 검색하면 / 불법 유사사이트 수십곳 버젓이 / 저작권 피해 금액 수천억 불구 / 해외에 서버… 단속 쉽지 않아 / 일본 원작자 등 대응도 소극적
“이제 다른 데 가서 보면 되죠 뭐.”

불법 만화 사이트를 수시로 찾는 직장인 최모(31)씨는 최근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가 폐쇄되자 유사 사이트 두 곳을 찾아내 애용하고 있다. 유료결제가 필요한 웹툰은 물론 일본 단행본 만화까지 수천개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최씨는 “어디서 만화를 봐야 하나 걱정이었는데 포털사이트 검색 한 번으로 비슷한 사이트들을 손쉽게 찾았다”고 말했다.

최근 밤토끼 폐쇄를 계기로 불법 만화 유통이 근절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사 사이트들이 버젓이 성업 중이어서 만화가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에 둔 서버 문제와 미묘한 저작권 등이 수사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6일 포털 검색 엔진에서 ‘무료 만화’ 등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밤토끼와 유사한 불법 만화 공유사이트가 60개 이상 확인된다. 네이버 등에서 100∼200원의 결제가 필요한 유료 웹툰이나 일본 만화 번역본 등이 주로 올라왔다. 잔인하고 선정적인 성인만화도 성인인증 절차 없이 제공되고 있다.

사이트 운영의 주된 목적은 광고 수익이다. 만화 한 편을 보기 위해선 유흥업소와 성매매, 불법 도박, 불법 스포츠토토 등 평균 20개 안팎의 광고 배너를 지나쳐야 한다. 과거 한 사이트 운영자가 “연간 80억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힌 점 등에 비춰보면 이들이 올리는 수익은 적어도 월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만화 출판사로 알려진 대원씨아이의 지난해 매출액 378억원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로 인한 저작권 피해도 크다. 월 평균 3500만명이 접속한 것으로 알려진 밤토끼로 인한 저작권 피해액만 연간 2400억원으로 추산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지난해 웹툰산업 매출액 7540억원의 31.8% 수준이다.

업계 피해가 심각하지만 사이트 단속은 쉽지 않다. 모두 국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데다 광고비도 ‘대포통장’이나 가상화폐로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트에 배너를 수주하는 광고사들도 해외에 서버를 둬 자금원 추적이나 광고주 수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외 만화 번역 사이트의 경우 ‘단속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만화 출판사는 국외 출판사와 판매 계약만 할 뿐 저작권을 사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수사를 본격화하려면 국외 저작권자의 고소가 필요한데 일본 등에 사는 저작권자들은 국내 불법 만화 유통에 별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특별사법경찰 관계자는 “범행 특성상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점이 있다”며 “고소장이 접수되는 국내 콘텐츠 불법 유통사건도 많은데 국외 만화까지 챙기는 것은 벅차다”고 털어놨다.

만화업계는 단속 강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단속 결과 못지않게 수사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밤토끼 운영자 구속 직후인 지난달 30일 유사 사이트 ‘장시시’ 운영자가 자진 폐쇄한 일도 있다.

만화출판협회 관계자는 “밤토끼 검거로 많은 누리꾼이 불법 만화 이용을 ‘범죄’로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남 경기대 교수(지식재산학)는 “과거 만연하던 불법 음원 다운로드 풍토도 최근 합법 플랫폼 이용으로 크게 바뀌었다”며 “당국이 엄정하게 수사하면 만화 시장도 음원 시장처럼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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