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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지음/안나푸르나/3만원 |
한류를 이끌고 있는 걸그룹의 기원을 찾아보는 책이다. 이 책은 1935년부터 1999년까지, K-POP 전성기 이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는 대중 가수를 ‘딴따라’라고 경시하는 풍토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들은 당당히 K-POP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7년은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가 인기 폭발하는 시기였다. 그들의 인기는 일본과 아시아를 휩쓸면서 유럽으로 번졌다. 2010년대엔 바야흐로 걸그룹의 전성기였다. 대중은 그들의 원조로 핑클, SES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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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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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스터즈 앨범 재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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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시스터즈 |
‘시스터즈’란 말은 지금의 걸그룹과 연결된다. 걸그룹들 가운데는 친자매로 구성한 팀도 있었지만 생면부지 소녀들이 모여 ‘시스터’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곤 했다.
책에서 저자는 블루리본의 명정강, 걸그룹들의 의상을 책임졌던 ‘노라노’, 김시스터즈의 뒤를 이어 미국에 진출했던 김치캣, 마운틴시스터즈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화려한 면면을 소개한다. 훗날 노라노는 국내 의상디자인 업계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나 걸그룹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삐딱했다. 성적인 흥미에 기댄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가창력이나 음악성보다는 섹시함을 앞세워 장사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동양 여성이라는 신비감 때문에 해외에서도 환영을 받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겉으로는 애써 외면하였고, 은밀한 주간지의 주제어였다”면서 “걸그룹의 역사는 그런 편견과의 싸움이었다”고 풀이한다. 미국에서 김시스터즈를 이끌었던 김민자씨는 책 서평을 통해 “시카고에 있는 한 호텔에서 이난영과 공연한 적이 있다. 그때 이난영이 김칫국을 요리하려고 했는데 매니지먼트 측에서 냄새가 난다고 우릴 쫓아내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대중음악의 곡조에는 당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일제침략과 6·25전쟁, 미군 주둔까지 몸으로 부딪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은 그대로 대중 문화로 드러난다. 저자는 걸그룹은 우리 현대사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책에는 일간지 사진기자 출신인 저자가 발품 팔아 모은 희귀 사진 자료들이 듬뿍 담겨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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