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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의 한국 현대사에 빛난 ‘원조 걸그룹’

입력 : 2018-05-19 03:00:00 수정 : 2018-05-18 21: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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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전성기 이전 이야기 담아 / 가수 이난영, 한국 걸그룹의 ‘대모’ / 1935년 ‘저고리시스터’ 첫 조직 / 1957년 ‘김시스터즈’ 인기몰이 / 1963년 ‘이시스터즈’ 무대 평정 / 1968년 ‘펄시스터즈’ 절대강자 / 당대 사람들 희로애락 노래로 / 발품 팔아 모은 희귀사진 '듬뿍'  
최규성 지음/안나푸르나/3만원
걸그룹의 조상들 - 대중이 욕망하는 것들에 관한 흥미로운 보고서 /최규성 지음/안나푸르나/3만원

한류를 이끌고 있는 걸그룹의 기원을 찾아보는 책이다. 이 책은 1935년부터 1999년까지, K-POP 전성기 이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는 대중 가수를 ‘딴따라’라고 경시하는 풍토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들은 당당히 K-POP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7년은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가 인기 폭발하는 시기였다. 그들의 인기는 일본과 아시아를 휩쓸면서 유럽으로 번졌다. 2010년대엔 바야흐로 걸그룹의 전성기였다. 대중은 그들의 원조로 핑클, SES를 떠올린다.  
이난영
그러나 저자는 1935년 ‘저고리시스터’를 불러온다. 첫 걸그룹은 ‘저고리시스터’라는 소박한 이름을 달았다. 이들은 이난영이 만든 KPK악단의 핵심 멤버였다. 미8군 무대 등에서 활동하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최초의 걸그룹이었다. 이난영은 단순히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왕년의 인기가수가 아니라 한국 걸그룹의 개척자이자 대모로 불렸다.

김시스터즈 앨범 재킷
펄시스터즈
1957년에는 ‘김시스터즈’가 등장해 인기몰이했다. 뉴욕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던 흥행업자 톰 볼이 새 흥행거리를 찾아 도쿄를 찾은 1958년 무렵, 휴가 나온 주한미군들에게서 서울의 김시스터즈 얘기를 들었다. 톰 볼은 곧바로 서울로 달려가 미8군 GI쇼단 단장 맥 매킨을 통해 500달러에 계약했다. 당시 김시스터즈의 미국 진출을 위해 이승만 대통령의 허락까지 받아야 했다. 김시스터즈가 뉴욕, 시카고 등에서 한창 성가를 높이던 1963년, 서울에서는 여성 트리오 ‘이시스터즈’가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1968년 ‘펄시스터즈’ 등장 이전까지 국내 걸그룹의 절대자로 군림했다. 이시스터즈란 이름으로 활동한 걸그룹은 1960년대에 세 팀이나 되었다. 이들은 모두 성이 이씨였고 동갑내기 아가씨들이었다.

‘시스터즈’란 말은 지금의 걸그룹과 연결된다. 걸그룹들 가운데는 친자매로 구성한 팀도 있었지만 생면부지 소녀들이 모여 ‘시스터’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곤 했다.

책에서 저자는 블루리본의 명정강, 걸그룹들의 의상을 책임졌던 ‘노라노’, 김시스터즈의 뒤를 이어 미국에 진출했던 김치캣, 마운틴시스터즈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화려한 면면을 소개한다. 훗날 노라노는 국내 의상디자인 업계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나 걸그룹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삐딱했다. 성적인 흥미에 기댄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가창력이나 음악성보다는 섹시함을 앞세워 장사한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동양 여성이라는 신비감 때문에 해외에서도 환영을 받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겉으로는 애써 외면하였고, 은밀한 주간지의 주제어였다”면서 “걸그룹의 역사는 그런 편견과의 싸움이었다”고 풀이한다. 미국에서 김시스터즈를 이끌었던 김민자씨는 책 서평을 통해 “시카고에 있는 한 호텔에서 이난영과 공연한 적이 있다. 그때 이난영이 김칫국을 요리하려고 했는데 매니지먼트 측에서 냄새가 난다고 우릴 쫓아내려고 했다”고 회고했다.

대중음악의 곡조에는 당대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일제침략과 6·25전쟁, 미군 주둔까지 몸으로 부딪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은 그대로 대중 문화로 드러난다. 저자는 걸그룹은 우리 현대사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책에는 일간지 사진기자 출신인 저자가 발품 팔아 모은 희귀 사진 자료들이 듬뿍 담겨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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