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전 박근혜정부와는 다른 정책의 틀을 선보였다. 정치와 경제, 외교 부문이 모두 그랬다. 이중 이전과 뚜렷하게 달라진 정책으로는 대북정책과 신남방정책이 꼽힌다. 이들 정책은 한·미 동맹 강화 속에 대북 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으로 대표되는 동남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을 즈음해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일부 불안감이 포차됐다. 한국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조기대선과 미국의 보수 정권 등장으로 한·미 관계가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정통적인 외교방식에서 벗어난 행보를 거듭하는 도널드 트럼프 보수 정부와 한국의 진보 정부가 대북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분석도 강했다. 북한과 미국의 ‘말의 전쟁’이 이어지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반도 ‘위기감 부풀리기’ 등으로 이런 전망은 한때 워싱턴과 서울 일부를 배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약속대로 움직였다. 워싱턴을 즉각 찾았고, 북한에 대화 주파수를 맞췄다. 거기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을 방문했다. 신뢰감은 거듭 싹텄다. 그리고 올해 1월을 전후해 워싱턴과 평양, 베이징 등지에서 잇따라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심지어 ‘딴지 걸기’에 익숙했던 도쿄에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날짜를 트윗을 통해 공개했다. 그동안 난무했던 추정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정상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로 결정되면서 국내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막판까지 기대되던 판문점 개최 카드가 사라지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의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불거졌다. ‘싱가포르 카드’는 판문점 개최에 비해 북·미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을 바꾸는 일괄타결을 할 여지를 그만큼 낮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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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미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자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계 평화를 위한 아주 특별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트위터 캡처 |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된 소식은 아세안 지역의 언론에서 꾸준히 다뤄질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하면 한반도와 아세안의 관계가 보다 급진전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 외교 관계를 강화하면서, 경제적 부문에서도 상호 이익이 되는 방식을 더 찾을 수 있다. 마침 싱가포르의 이웃나라인 말레이시아에서는 1957년 독립 이후 최초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정권교체의 핵심엔 2003년까지 22년 동안 말레이시아의 총리를 지냈던 모하메드 마하티르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1981년 총리로 취임한 이후 한국과 일본의 경제정책을 본보기로 삼은 ‘동방정책’을 펼쳐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또다른 인접국 인도네시아에서는 8월 ‘아시안 게임’이 개막된다. 바야흐로 남북 경협과 신남방정책의 성공적인 모델이 동시에 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y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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