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우내 ‘특훈’은 다행히 결실을 봤다. 김선우는 7일 헝가리 케치케메트에서 열린 국제근대5종연맹(UIPM) 3차 월드컵에서 1335점을 획득,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2016∼2017년 세계청소년선수권 2연패를 하고도 시니어 무대에서 유독 약했던 그가 마침내 한을 푸는 순간이다. 대회 다음날인 8일 김선우는 본지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는 시합이었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더 보완해 차근차근 올라가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은종(50) 감독도 “달리기를 할 때 팔 동작을 최소화하는 등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며 반색했다.
언뜻 보면 영락없이 수줍음 많은 소녀가 김선우다. 2016 리우올림픽 근대5종 대표팀의 유일한 여자 선수였던 김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체력이 달려 힘들다”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려고 노력한다”며 웃었다. 주변 동료에게 늘 “한없이 착하다”는 말을 듣는 그는 보는 사람의 입가가 저절로 올라가는 예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다.
그래도 트랙 위에서는 그만한 ‘악바리’가 없다. 비인기종목의 훈련 환경이 열악한 한국에서 근대5종 선수들이 설 곳은 좁다. 굵직한 대회를 앞두고도 선수들은 주말마다 경북 문경에 위치한 승마장에서 연습하고 주중에는 한국체대에서 나머지 종목을 훈련한다. 수도권 인근에선 순위 싸움이 치열한 종목인 승마를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훈련하느라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 김선우도 “매일 보약을 먹지 않으면 못 버틴다”고 토로할 정도의 강행군이다.
하지만, 김선우는 여전히 운동화 끈을 조인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훈련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러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근대5종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땀방울을 기꺼이 쏟을 생각이다. 김선우는 “국민이 성원해 주신다면 더욱 좋은 경기를 펼쳐보겠다”고 당부했다. 앳된 ‘미소천사’에서 한국 근대5종의 ‘여전사’로 거듭나고 있는 김선우의 행보가 주목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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