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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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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건배를 하고 있다. |
◆즉석 합동공연에 한목소리로 환호성
만찬 참석자들은 과거 국빈 만찬에 비해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스스럼없이 대화가 오갔다고 입을 모았다. 통역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에 참석자들이 테이블을 옮겨다니며 술을 따라주고 통성명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술이 세 보이진 않았지만, 상당히 많이 마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마셨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김여정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제1부부장)은 술을 마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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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만찬 공연도 파격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통상 정상회담의 문화공연과 만찬은 주최국이 모두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우리 측 예술단의 무대가 끝난 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이 즉석에서 무대를 꾸몄다. 김 위원장까지 따라 불러 화제가 된 오연준군의 ‘고향의 봄’도 예정에는 없던 무대였다. 사회자의 부탁으로 오군이 노래를 부르자 리설주, 김 제1부부장, 현 단장도 오군 노래를 따라 불렀다고 한다. 북한 예술단이 마술 공연을 선 보인 데 이어 가수 조용필씨와 현 단장이 현장 피아노 반주에 맞춰 ‘그 겨울의 찻집’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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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택배`로 온 옥류관의 평양냉면을 먹고 있다. 평양냉면을 만찬장에 제공하기 위해 북측은 옥류관 제면기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 설치하고 옥류관 수석주방장이 직접 뽑도록 했다. 판문점=사진 공동취재단 |
◆만찬 메뉴 대미는 ‘평양냉면’
만찬 메뉴 중 가장 주목을 끈 건 북한에서 직접 공수해온 평양냉면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 평양냉면 집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뉴스를 전해줬더니 좋아하더라”며 “그야말로 ‘빵’ 터졌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만찬장에는 일반적인 물냉면과 빨간 양념의 비빔냉면, 두 종류가 제공됐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빨간 냉면을 비빔냉면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 같더라”며 “쟁반냉면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던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모두 물냉면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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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북한 옥류관 평양냉면이 놓여 있다. |
일각에서는 평양냉면 맛이 100% 구현되지 않아 북한 실무자들이 아쉬워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행사가 많이 늦어지면서 음식 서빙도 조금씩 지연되는 느낌이 있었다”며 “일부 북한 참석자들은 ‘평양냉면이라고 하기에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고 드셔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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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한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는 만찬장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술잔을 주고받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애초 두 사람은 원형 테이블의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만찬 도중 리설주가 김 여사 옆으로 다가와 술을 권했다. 두 사람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꽃을 피우자, 문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리설주에게 김 여사 옆자리를 양보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만찬 전 환담 자리에서 “많은 것들이 끊겨 있어 아쉬웠는데 오늘 그 진실성들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이젠 앞만 보고 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리설주는 “저와 같이 김 여사님께서도 성악을 전공하셔서인지 마음속으로 가깝게 느껴진다”며 “우리 두 사람이 예술산업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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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건배를 하고 있다. |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번 만남에서 서로 선물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선물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선물은 회담이나 만찬에서 전달된 것은 아니고 남북 실무진이 별도로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에 귀금속, 예술품, 전자기기, 주류 등을 제공할 수 없는 탓에 문 대통령이 지역 특산품 등을 정성껏 준비해 마음을 전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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