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대법원은 조타수 재판에서 이 결론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았고, 잠수함 충돌설, 고의 침몰설 등 여러가지 가설들이 계속 제기돼 왔다. 세월호 침몰원인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1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김지영 감독은 세월호의 당시 항로를 기록한 AIS(선박자동식별장치) 데이터를 분석해 정부 발표와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의문은 세월호가 급격히 우회전한 이후 3.36초간 AIS 기록이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정부는 나중에 데이터를 복원해 세월호의 전체 항로를 제시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사고 해역 인근 서거차도의 레이더 관제자료와 해군 레이더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정부가 발표한 것과 달랐다.
세월호가 침몰 전 좌우로 뱃머리를 반복해 돌리며 지그재그식 운항을 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정부가 제시한 세월호 AIS 데이터 원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규격에 어긋나는 비정상적 문법으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사실상 ‘조작’ 됐다는 주장이다.
김 감독은 AIS 원문 데이터로 인천부터 진도 앞바다까지 세월호의 항로와 속도를 재구성한다.
다큐가 재구성한 세월호는 이미 군산 앞바다를 지나던 사고 당일 새벽부터 이상징후를 보였다.
속도도 10노트에서 최대 속도인 23노트까지 급변하며 급회전한 기록도 자주 나타났다.
문예식 두라에이스호 선장이 침몰하는 세월호를 발견하고 직접 측정해 기록한 위치와 이동경로 역시 정부 발표와 달랐다.
침몰 직전 세월호가 1초 동안 27도가량 급격히 기운 점, 이전부터 좌회전을 하면서 관성의 법칙과 반대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운 점 등을 토대로 다큐는 뱃머리 왼쪽에 외력이 작용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세월호가 왼쪽 앵커(닻)를 내린 채 운항했고, 해저 융기부에 앵커가 걸리면서 급회전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병풍도에 가깝게 재구성한 세월호 항로와 해저 지형도를 겹쳐본 결과 융기부와 급회전 지점이 일치했다.

김지영 감독은 수년 간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을 통해 이런 주장을 펴왔다.
영화는 AIS 원문 데이터 분석과 과학을 통해 세운 가설에 CCTV 분석과 생존자 증언으로 교차 검증해 설득력을 끌어올린다.
김 감독은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기 전까지는 모든 자료를 의심했고, 이해관계가 없는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공통된 경험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또 “영화에서 제시한 것은 아직 하나의 ‘가설’이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반론을 제기해 달라”면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려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배우 정우성이 내레이션을 맡았고, 1만6000명 넘는 네티즌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20억3000만원의 제작비가 모였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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