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가속과 미끄럼 사이의 줄타기

관련이슈 고재현의 세상속 물리이야기

입력 : 2018-03-22 20:57:32 수정 : 2018-03-22 20:57:31

인쇄 메일 url 공유 - +

회전운동의 묘미 가득한 쇼트트랙/ 곡선주로마다 원심력·구심력 싸움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던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모두 끝났다. 다양한 종목에서 우리는 얼음판 위 스피드의 박진감과 회전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중 회전운동의 묘미를 느끼게 해 준 쇼트트랙 스케이팅은 언제나처럼 한국 선수단이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하는 종목으로서 눈길을 끌었다.

물리학적으로 볼 때 모든 물체는 자신의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 즉 관성이 있다. 이 상태를 바꾸려면 힘이 필요하다. 얼음 위 상자를 움직이려면 힘을 줘서 밀어야 한다. 일정한 속도의 상자를 멈추게 하거나 운동 방향을 바꿀 때에도 힘을 가해야 한다. 그러면 스케이팅 선수가 곡선 주로에 접어들어 진행 방향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체의 방향이 계속 바뀌는 회전운동에도 힘이 필요한데 이것이 구심력이다. 줄에 묶여 원운동을 하는 깡통을 돌리는 구심력은 줄이 깡통을 당기는 장력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이유는 지구가 달을 자신 쪽으로 끄는 만유인력 때문이다. 선수가 회전 구간에서 스케이트 날로 얼음을 바깥으로 밀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얼음이 스케이트 선수를 안쪽으로 미는 힘이 생기는데, 이것이 선수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구심력이 된다. 날을 바짝 눕혀 밀수록 반작용의 수평 성분이 커져 구심력을 키울 수 있기에 선수들은 곡선부에서 스케이트 날을 크게 기울여 얼음을 지친다.

멈춰 있던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며 뒤로 밀리는 경험을 떠올려 보자. 버스가 앞으로 가속하면 신발과 바닥 사이의 마찰로 발도 덩달아 가속되면서 몸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게 된다. 회전하는 놀이기구에 올라탔을 때 몸이 바깥으로 쏠리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놀이기구에 접촉한 발이나 손은 기구와 함께 돌며 회전 중심으로 구심력을 받지만 몸의 나머지 부분은 관성으로 인해 바깥으로 밀리게 된다. 이 관성에 따른 몸의 쏠림을 우리는 힘의 작용처럼 느끼기에, 비록 실제로 작용하는 힘이 아니지만 원심력이란 이름으로 이를 표현한다.

원심력은 속도가 빠를수록, 회전 반경이 작을수록 더 커진다. 쇼트트랙 곡선 주로를 더 빨리 돌수록 선수의 몸을 바깥으로 미는 원심력이 커지게 된다.

이에 곡선 구간에서 선수는 중력에 원심력이 더해진 방향, 즉 자신이 힘을 받는 방향과 나란하게 몸을 기울여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스케이트와 얼음 사이의 마찰력이 빠른 속도를 내는 데 필요한 구심력에 못 미치면 선수는 안타깝게도 접선 방향으로 미끄러진다. 곡선 도로에서 자동차가 과속하다 도로를 벗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의 현상이다.

원심력에 따른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확실한 방법은 얼음 바닥을 기울이는 것이다. 특히, 스켈레톤 경기의 경우를 보면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9번 곡선의 회전 반경은 약 31m, 여기를 지나는 선수들의 평균 속도는 시속 140㎞에 달한다. 이 조건에서 선수가 느끼는 원심력은 지구 중력의 다섯 배에 달한다. 그래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선수에게 가해지는 힘을 거의 수직으로 받치도록 기울인 얼음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 낸 모든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회전하는 순간순간이 가속과 미끄럼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였을 것이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오피니언

포토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
  • 문채원 '아름다운 미소'
  • 박지현 '아름다운 미모'
  • 블랙핑크 제니 ‘수줍은 손인사’
  • 카리나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