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삼형제의 슬픈 사랑이 담긴 픽 생 루 와인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3-08 06:00:00 수정 : 2018-03-08 22:24:35

인쇄 메일 url 공유 - +

프랑스 남부 랑그독 최고급 산지 픽 생 루
460여년 세월로 빚은 샤토 드 라스코
삼형제의 애틋한 사랑 한잔 와인에 담다
석회암으로 구성된 샤토 드 라스코 포도밭 풍경.
중세시대 프랑스 남부 랑그독(Languedoc) 지방에 아름다운 영주의 딸을 동시에 사랑한 기사 삼형제가 살았답니다. 영주의 딸은 루(Loup), 기랄(Guiral), 끌레르(Clair) 형제중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이와 결혼하기로 약조하고 삼형제는 영국과의 전쟁에 나섭니다. 3년후 삼형제는 모두 무사히 돌아왔지만 영주의 딸은 이미 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린 상태였죠.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안고 삼형제는 각자 산봉우리 3곳에 흩어져 살며 성탄절때마 봉화를 올려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 형제들도 죽자 마을 사람들은 이들의 애타는 사랑을 기려 봉우리 마다 삼형제의 이름을 붙입니다. 또 삼형제 대신 봉화를 밝히고 늑대 소리를 내며 그들을 추모했다고 합니다. 그 중 한봉우리가 랑그독 최고급 와인산지로 유명한 픽 생 루(Pic Saint Loup)로 ‘성인 루의 꼭대기’라는 뜻입니다.
픽 생 루 전경.

랑그독은 사실 면적 기준으로 프랑스의 최대 와인 산지랍니다. 랑그독과 루시옹(Roussillon)으로 구분하다 2007년부터 랑그독 AOC(원산지명칭통제)로 통합됐는데 와인생산 비율은 랑그독이 90%로 압도적입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따뜻한 랑그독은 저가 와인 이미지가 비교적 강한 편입니다. AOC 등급의 아래등급인 뱅드페이의 60%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기 때문이죠. 뱅드페이와 랑그독 단어를 합쳐 이곳에서는 페이독(Pays d′Oc) IGP로 부릅니다.

랑그독 와인들은 품종의 통제를 받지않아 그르나슈, 시라, 카베르네 소비뇽 등 잘 나가가는 품종은 다 키우며 과일풍미가 많이 나도록 모던한 스타일로 대량생산합니다. 따라서 기존 프랑스 와인과는 컨셉이 완전히 다릅니다. 하지만 랑그독에서도 내륙 산지에서는 고급와인 생산됩니다. 평야지대인 바닷가 근처는 더운 곳에서 익은 포도의 느낌이 나는 묵직한 풀바디 와인이 생산되지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포도재배지는 산자락에 있습니다. 이 곳은 대륙성 기후로 높은 고도 덕분에 서늘한 기후가 유지돼 산도가 뛰어난 우아한 고급 와인이 생산됩니다.
​샤토 드 라스코 와이너리
​샤토 드 라스코 와인 저장 셀러
샤토 드 라스코 위치

랑그독 내륙에 자리잡은 와인산지가 바로 픽 생 루로 이 곳의 대표적인 와이너리가 1554년 설립돼 14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샤토 드 라스코(Chateau de Lascaux)입니다. 이 와이너리는 랑그독의 대표 AOC 5곳 중 레 쎄벤트(Les Cévennes)에 있는데 300ha에 달하는 가리그(Garrigue) 숲으로 둘러쌓인 점이 특징입니다. 남프랑스 와인을 얘기할때 가리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국적인 아로마가 가득한 지중해 고유의 덤불숲을 말하는데 석회질 토양에 삐죽삐죽 올라온 월계수, 백리향, 로즈마리, 민트, 계피, 감초 등의 허브로 가득합니다. 샤토 드 라스코는 거대한 가리그 숲 덕분에 매혹적인 허브향이 포도에 스며들게 됩니다. 랑그독의 와인스타일은 좀 억세고 진한 편인데 샤토 드 라스코는 우아하면서 밸런스가 잘 잡히고 좋은 산미가 돋보이는 스타일의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석회암 토양으로 이뤄진 샤토 드 라스코 포도밭

샤토 드 라스코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는 픽 생 루의 석회암 토양입니다. 석회암은 와인의 골격을 잡아주고 미네랄 풍미를 부여합니다. 프랑스 몽티냑 부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라스코 동굴이 석회암 덩어리로 이뤄져 와이너리 이름을 라스코로 했으며 와이너리 상징도 벽화의 대표적인 동물인 말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한국을 찾은 샤토 드 라스코 메르디쓰 히슬롭(Merdith Hyslop) 수출매니저가 와이너리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샤토 드 라스코 레 노블레 피에르 픽 생 루
샤토 드 라스코의 대표 와인이 레 노블레 피에르 픽 생 루(Les Nobles Pierres Pic Saint Loup)로 시라 80%와 그르나슈 20%를 블렌딩 했습니다. 랑그독에서는 주로 그르나슈 품종을 많이 쓰는데 이 곳에서는 해발고도 150~180m의 경사진 포도밭에서 북부 론보다 훨씬 산미가 좋은 시라가 생산돼 시라를 주 품종으로 사용합니다. 레 노블레 피에르 픽 생 루는 블랙 올리브, 프룬 등 검붉은 과실향과 견과류, 오크, 대나무 오일과 같은 스모키한 아로마가 각종 허브향과 어우러져 마치 거대한 숲속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답니다. 노블레 피에르는 노블 스톤 즉 ‘고귀한 돌’이라는 뜻으로 석회질 토양으로 이뤄진 포도밭을 와인 한 병에 잘 표현했습니다.
샤토 드 라스코 가리그 랑그독 블랑
샤토 드 라스코 가리그 랑그독 블랑(Garrigue Languedoc Blanc)은 베르멘티노 50%, 루싼 20% , 마르싼 20%, 비오니에 10%를 섞었습니다. 와인 이름에 가리그를 강조한 것처럼 아카시아 등 흰 꽃과 바이올렛, 허브, 살구, 망고 등의 잘익은 과일향이 입안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산미는 신선하고 쌉싸름한 미네랄 풍미도 잘 어울러집니다. 
샤토 드 라스코 레 피에르 다쟝 랑그독 블랑
샤토 드 라스코 레 피에르 다쟝 랑그독 블랑(Les Pierres D’Argent Languedoc Blanc)은 루싼 40%, 마르싼 40%, 베르멘티노 20%블 블렌딩 했습니다. 살구, 복숭아 등 핵과일의 아로마와 짙고 복잡한 말린 감초뿌리의 부케, 붉은 계통의 꽃과 감초, 민트 등의 스파이스 뉘앙스가 깃들어있습니다.
샤토 드 라스코는 현재 오너인 장 브누아 카발리에(Jean-Benoît Cavalier)가 물려 받은 뒤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답니다. 포도밭은 25ha에서 100ha로 늘었고 2006년부터 친환경농법을 적용해 올가닉 인증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바이오다이나믹으로 옮겨가고 있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오피니언

포토

미야오 엘라 '시크한 손하트'
  • 미야오 엘라 '시크한 손하트'
  • 박규영 '사랑스러운 볼하트'
  • 유진 '강렬한 눈빛'
  • 박보영 '뽀블리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