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23·여)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한 중학교 남자 동창한테서 연락을 받았다. 그는 “길에서 우연히 널 봤는데 아는 척을 못했다”고 했다. 학창 시절 친하게 지낸 남학생은 아니지만 동창 연락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이후 해당 남성은 A씨에게 연락해 “외롭다”고 토로했고 이야기 도중 “성욕을 풀 곳도 없다”는 이상한 말까지 했다. 이때부터 불편함을 느낀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자 그 친구는 “너 ○○동에 살지?”라며 “네 집 근처로 가겠다”고 했다. A씨는 중학 졸업 앨범에 적힌 주소지에서 이사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인근 동네였다. 소름이 쫙 끼쳤다.
며칠 후 자신의 집 근처를 배회하는 동창을 목격했다. 한참을 인근 카페에 숨어 있다가 가족에게 연락했다. 이런 일은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졌다. 결국 경찰에 신고했는데 동창은 “동네를 지나고 있었을 뿐”이라고 우겼다. A씨가 문자메시지 등을 증거로 냈는데도 훈방조치됐다.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저한테 더욱 악감정을 갖고 있을 텐데 해코지할까봐 두렵다”고 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22일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에 스토킹 처벌법(가칭)을 제정해 스토킹에 대한 처벌 수준을 범칙금에서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 대응과 피해자 보호조치도 강화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행위자와 피해자 분리 등 응급조치를 해야 하고, 재발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와 통신 차단 등 잠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112신고 시스템상 스토킹에 대한 별도 코드도 부여한다.
스토킹 문제가 불거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현 국무총리) 등 10명의 여야의원이 스토킹에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내용의 ‘스토킹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공감대 부족으로 무산됐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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