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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제퍼슨의 미 독립선언문 기본철학 제공자 따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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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8 07:22:42 수정 : 2018-02-08 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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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마쩨이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철학 최초 구상

마쩨이 가문은 12세기부터 와인 빚은 ‘끼안띠의 아버지’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 모든 인간은 창조주에 의해 삶, 자유, 행복추구권과 같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 받았다(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Pursuit of Happiness)’ 1776년 토마스 제퍼슨(Thomas Jafferson)이 1776년 작성한 미국 독립선언문 서문에 담긴 가장 위대한 기본 정신이죠. 그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중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필리프 마쩨이
제퍼슨에게 이런 독립선언문의 기본 철학을 제공한 인물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 이탈리아 이민자로 제퍼슨의 친구였던 필리프 마쩨이(Philip Mazzei·1730.12.25∼1816.03.19)랍니다. 1700년대만 해도 이탈리아는 종교의 힘이 막강하던 시절이라 가문에서 신앙심이 없다고 판단되면 위험에 처하곤 했다는군요. 신앙심이 적어 괴짜로 불리던 인물인데 결국 신변의 위험을 느낀 나머지 이탈리아를 떠나 런던과 파리로 이주합니다. 마쩨이가 이곳에서 만난 인물이 바로 미국 독립을 추진하던 벤저민 프랭클린과 제퍼슨입니다. 특히 제퍼슨과 친분을 쌓은 그는 이탈리아 포도나무를 들고 1773년 미국 버지니아로 함께 건너갑니다.

필리프 마쩨이에 헌정하는 와인 필리프 레이블
그들은 포도밭을 일구고 최초의 상업화된 와이너리를 만들었는데 단순한 사업 동반자가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사상과 철학을 공유하며 미국의 독립을 꿈꾸게 됩니다. 마쩨이는 1779년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가 1783년 영국정부가 미국의 독립을 승인한 ‘파리조약’이 체결될 때까지 독립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비밀요원’으로 활동합니다. 미국 정부는 30여년전 독립운동에 참여한 인물들을 연구하던 중 제퍼슨이 마쩨이와 주고 받은 편지를 발견했는데 영국인과 마찬가지로 미국인도 창조주 앞에서 동등한 권리와 인권을 지녔다는 철학적 배경이 마쩨이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찾아냅니다.

최초로 끼안띠 단어가 등장한 마쩨이 영수증
출처=홈페이지
마쩨이 가문은 사실 12세기부터 이탈리아 끼안띠 클라시코에서와인을 빚어 ‘끼안띠의 아버지’로 불리는 매우 유서깊은 와이너리입니다. 마쩨이 가문의 선조인 세르 라포 마쩨이(Ser Lapo Mazzei)가 1398년 12월 16일 와인을 팔고 작성한 영수증에 ‘끼안띠 와인 6통을 판매했다’고 적혀 있는데 끼안띠 와인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사용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서입니다.

24대손 라포 마쩨이와 필리포(왼쪽), 프란체스코
현재 25대째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한 가문이 이렇게 오랫동안 와인을 빚는 것은 매우 드문일입니다. 필리프 마쩨이가 미국으로 건너갈때 포도나무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같은 가문의 내력 덕분이죠. 이때문에 마쩨이는 자유주의자이자 사상가인 동시에 미국에 토스카나 품종을 처음으로 전파한 미국 와인양조 역사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현재 24대손 라포 마쩨이(Lapo Mazzei) 두 아들 필리포(Filippo), 프란체스코(Francesco)가 전통을 이어가며 토스카나 끼안티 클라시코와 마렘마, 베네토, 시실리아에서 4개의 와이너리를 통해 명품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자코포 판돌피니 아시아태평양 브랜드 매니저
한국을 찾은 마쩨이 일가 자코포 판돌피니(Jacopo Pandolfini) 아시아태평양 브랜드 매니저를 만나 마쩨이 가문의 역사를 들어봤습니다. 현재 마쩨이 와인은 하이트진로에 수입합니다.
필리프의 이름을 따 헌정한 와인 마쩨리 필리프
이런 마쩨이의 업적을 기려 가문의 위대한 선조에게 헌정하는 와인이 그의 이름을 딴 필리프(Philip) 입니다. 토스카나에서 국제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으로만 빚은 와인으로 생산량은 연간 2만병에 불과합니다. 검은 자두, 블랙체리 등 검은 과일품미가 매력이며 30%만 새오크통에서 숙성하기 때문에 은은한 오크향과 오랜 병숙성에서 느낄 수 있는 낙엽, 가죽, 동물, 담뱃잎 향이 느껴집니다. 20년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하고 진한 풍미의 육류와 잘 어울립니다.

산지오베제
마쩨이가 580년이 넘는 세월동안 와인을 빚으면서 가장 집중한 포도 품종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토착품종 산지오베제입니다.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마쩨인 산지오베제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 여겨지고 있답니다. 마쩨이가 소유한 와이너리 까스텔로 폰테루톨리(Castello Fonterutoli)는 40여년 동안 끼안띠 지역의 포도밭 구획 120여곳을 조사해 서로 특성이 조금씩 다른 산지오베제 클론 36개를 찾아냅니다. 현재 이중 18개는 폰테루톨리에서 독점으로 사용합니다.

폰테루톨리 그란 셀렉지오네
대표 와인이 폰테루톨리 그란 셀렉지오네로 산지오베제 92%, 말바시아 네라와 콜로리노를 8% 블렌딩합니다. 마제이는 국내에는 아직 수입되지 않고 있지만 산지오베제 36개 클론을 모두 블렌딩한 믹스 36도 생산합니다.

산지오베제 생산자들은 보통 포도나무 한그루에서 2∼3kg의 포도를 생산하는데 마쩨이 아주 기본급인 데일리급 와인 조차 한그루당 800g만 생산합니다. 가지치기를 통해 수확량을 대폭 줄여 매우 응축된 포도를 얻기때문에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빚는 원동력이 됩니다.

폰테루톨리 끼안띠 클라시코
폰테르톨리 끼안띠 클라시코는 산지지오베제 90%, 말바시아 네라· 콜로리노·메를로 10%를 섞은 와인으로 폰테르톨리 베스트 셀링 와인입니다. 끼안티 클라시코가 보여주는 맛과 캐리터를 다 보여주는 와인으로 보통 탄닌이 강하고 산도가 센 경우 많은 데 이 와인은 마시기 편하도록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했습니다. 메를로를 10% 미만 사용하면서 라운드한 느낌을 부여했기때문입니다. 특히 프랑스 오크보다 과일 풍미 잘 살려주는 중성적인 헝가리 오크를 50% 가량 사용했습니다. 마쩨이는 오크향을 다스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가장 유명한 오크 생산자 감바, 안티노리와 함께 3분의1씩 투자해 헝가리에 유러피안 쿠퍼스라는 오크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빌라 마르첼로 프로세코 브뤼
마쩨이는 베네토 지방에서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합니다. 빌라 마르첼로 프로세코 브뤼(Villa Marcello Prosecco Brut)는 글레라 85%, 피노 블랑코 15%를 섞었습니다. 향긋한 꽃향기, 구수한 빵의 풍미가 버블을 타고 입안에서 터지며 생동감 있는 산도는 음식맛을 붇돋아 줍니다. 마르첼로 바다와 하늘이란 뜻의 고어로 물결 무늬는 가문의 문장으로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접합점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가문을 이름을 걸고 야심차게 만든 프로세코인셈이죠.

벨구아르도 베르멘티노
다빈치의 기하학적 원근법
벨구아르도 베르멘티노(Belguardo Vermentino)는 토스카나 마렘마에서 만드는 베르멘티노 100% 와인입니다. 황도 등 핵과일향과 미네랄 풍미가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줘 시푸드 리조토, 생선 스튜, 파스타, 해산물 스테이크 등과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레이블이 독특한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기하학적 원근법 이론을 설명하는 엠블럼이라고 하네요. 사람이 시각적으로 인지할때 각각의 형태가 다 달라 보이지만 이론적으로 모두 다 동일하고 중심에서 모두 거리가 같은 도형이라는 군요. 마쩨이의 여러 와인들이 각각 다른 느낌과 캐리터를 지녔지만 전체적으로 동일한 철학에서 만들어졌음을 상징한다고해요.

지솔라(Zisola)
지솔라(Zisola)는 시칠리아에서 네로 다볼라 100%로 빚은 와인입니다. 산나무 열매, 오렌지 껍질 등 다양한 향이 층층이 피어나는 와인으로 스파이시한 네로 다볼라의 특징이 잘 살아 있습니다. 스파이시한 생선 수프, 구운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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