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출신 추기경이 '교황청이 가톨릭 교회를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30일(현지시간) 홍콩 언론에 따르면 홍콩 대주교 출신 조지프 쩐 추기경(사진)이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황청이 최근 중국 당국에 굴복해 비밀리에 서품한 중국 주교 2명에게 퇴임을 요구하면서 중국 관영 천주교 애국회 주교들에게 교구를 넘겨 주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다고 밝혔다.
쩐 추기경은 "맞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아시아뉴스가 보도한 그대로의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쩐 추기경은 "이런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14일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으며, 당시 교황으로부터 이 같은 결과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알렸다.
앞서 교황청의 해외선교 매체인 아시아뉴스가 "교황청이 최근 중국에 대표단을 파견, 교황청 측 주교들과 면담하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
교황청과 중국은 1951년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후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과 함께 관계 개선의 기미를 보였으나 주교 임명 문제만큼은 양보 없이 팽팽하게 대치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주교 임명은 교황의 고유 권한이지만, 중국 정부는 교황청의 간섭 없이 천주교 성직자를 독자 임명하겠다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교황청이 주교 임명권을 중국에 사실상 양보한 것으로 해석되는 소식이 나오며 중국과 바티칸 수교 협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교황청은 "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의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 쩐 추기경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참모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중국의 가톨릭 교회 및 중국 정부와의 대화 노력을 주시하고 있다"며 "교회 내부 인사들이 사실과 반대되는 발언을 함으로써 혼란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놀랍고, 유감스럽다"고 쩐 추기령을 겨냥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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