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는 넓은 개념으로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 보유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주변에서 치우는 담백한 삶을 뜻한다.
최근에는 미니멀 라이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출을 0에 가깝게 줄이는 ‘0엔 생활’이 붐을 이루고 있다.
30대 초반 프리랜서 작가 A씨는 2009년 대학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2008년 발생한 리먼 쇼크의 영향으로 회사 경영이 악화하자 퇴직을 강요당했다. 그 후 재취업을 반복한 그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게 됐다.
원룸에 사는 그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에 필수로 여겨지는 전자제품을 들이지 않았다. 또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며, 옷은 단 20벌뿐이다.
작업은 옷상자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진행한다.
그는 “걸어서 5분이면 슈퍼마켓이 있어서 냉장고가 필요 없고, 옷은 욕실이나 빨래방을 이용한다”며 “물건을 주변에서 치우면 의외로 불필요한 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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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A씨 집 모습. 가구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 조차 없다. |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가전기기나 옷, 가구 등은 불필요한 짐뿐이 안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또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미리 준비한다는 생각과 절약이라는 목표가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호세이대 미즈노 카즈오 교수는 “자본주의로 경제 성장을 이룬 결과 현재 일본 가정에는 필요한 것들은 모두 갖춰진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며 “개인차에 따라 맥시멈 라이프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러한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벗어나 심플한 삶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0엔 생활을 자의가 아닌 경제적 어려움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A씨는 “객관적으로 보면 가난한 생활이 맞다”며 “지출을 줄여 저축하고 조금 불편해도 생활에 문제가 없어서 불편함은 없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존재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마이니치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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