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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에서 분리되어 지구 궤도에서 군집 형태로 배치되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소형위성. 출처=미국항공우주국 |
◆우주 ‘편대비행’으로 장점 살리고 단점 보완하는 소형위성
무리지어 생활하는 늑대나 새떼처럼 하나의 군을 이뤄 움직이는 인공위성들이 있다. 소형위성 여러 대를 묶어 각종 우주 임무에 투입하는 군집 위성(Satellite Constellation)이다. 편대비행으로 위성 운용 중 불거지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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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기업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선보인 군집 위성의 상상도. 출처=플래닛 랩스 트위터 |
◆소형위성의 주가 상승 호재 군집 위성
지난해 12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태풍지상항법위성체계(CYGNSS·Cyclone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임무를 수행할 소형위성 8개를 발사했다. 이들 위성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군집비행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풍속을 측정하고 태풍의 발생 경로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CYGNSS 위성은 GPS(전 지구 위치 파악 시스템) 위성들의 도움을 받아 초당 32회씩 해수면의 열대 바람을 측정한다. 태풍을 근접 조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 공군의 기상관측기 ‘허리케인 헌터’ 32대가 1년 365일 하늘에 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기존 기상위성이 폭우의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CYGNSS 위성은 두꺼운 구름 벽을 뚫고 태풍의 눈을 정확히 관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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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 위성을 활용한 태풍지상항법위성체계(CYGNSS)의 개념도. 출처=미국항공우주국 |
나사는 8개의 소형위성을 쓰는 이번 프로젝트에 171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중대형위성 운용에 대당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저비용 고효율인 셈이다.
군집 형태의 비행은 소형위성의 활용도를 크게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 관측과 대기 분석, 통신 중계, 군사 정찰 같은 전통적 임무는 물론이고 심우주 탐사까지 군집 위성의 활용이 추진되고 있다. 소형위성 편대로 우주 여러 곳의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집하려는 계획도 그 중 하나다.
◆범 지구 인터넷망부터 외계 탐사까지
지난해 나사는 내년 발사 예정인 차세대 로켓인 SLS(Space Launch System)에 실릴 13개 소형위성의 임무를 공개했다. 이 중 7개는 군집을 이뤄 달 궤도를 돌며 얼음과 자원을 탐사하고, 우주방사선 등 더 먼 외계를 탐색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앞서 미 하원 예산위원회는 지난해 5월 나사의 달 착륙 100주년 프로젝트를 승인했는데, 프로젝트에 따르면 우표 크기의 초소형 인공위성 칩샛(ChipSat) 1000대를 태양계에서 4.37광년 떨어진 ‘알파 켄타우리’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알파 켄타우리는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형 행성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데, 지난해 영국 출신 세계적인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등이 ‘지구인 이주 1순위 행성’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2011년 처음 개발된 칩샛은 가로와 세로 3~4㎝ 크기에 무게 약 7.5g의 초미니 위성이다. 그 안에 태양전지와 통신장비, 센서 등을 깨알같이 탑재하고 있다. 무게가 가벼워 우주에서 추진력을 얻기도 쉽다. 호킹과 저커버그 등이 구상한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에서는 빛을 반사하는 얇은 돛이 칩샛의 추진기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에 따르면 일단 로켓에 실어 우주로 올려 보내진 칩샛들은 돛을 편다. 지구에서 레이저 광선을 쏘면 이 빛을 반사하면서 칩샛은 운동량을 얻게 된다. 우주공간에는 저항이 거의 없으므로 이런 방식으로 광속의 20% 수준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구상이다. 이런 구상이 맞아떨어지면 현재의 로켓 수준으로 약 3만년이 걸리는 알파 켄타우리까지의 비행시간을 약 20년으로 줄일 수 있다.
탐사선이 우주 공간에서 광속 대비 20%가량의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다 보면 먼지와 가스 입자 같은 성간물질(星間物質)과 충돌 시 문제가 생긴다. 이를 대비해 1000대의 군집 위성이 함께 출발시킨다. 이들 중 최소한 몇 대는 장애물을 피해 무사히 알파 켄타우리에 도달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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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샷 프로젝트’의 상상도. 출처=스타샷 프로젝트 |
◆군집 위성과 우주 개발의 미래 '뭉쳐야 산다'
이보다 더욱 가까운 시일 내 군집 위성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민간 우주기업이다. 소형위성의 개발 기간과 제작 비용이 하루가 다르게 단축되고 낮아지고 있다. 로켓 하나에 많은 소형위성을 실을 수 있어 발사 비용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발사한 ‘PSLV-C37’ 로켓에는 각국 정부와 민간기업이 위탁한 소형위성이 무려 104개나 실렸다.
소형위성을 여러 개 쏘아 올려 군집 형태로 운용하는 대표적인 민간업체로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있다. 2013년 큐브샛 ‘도브’(Dove) 4개를 잇달아 발사했다. 이어 28개의 큐브샛이 별자리처럼 군집(Flock 1)으로 움직이는 지구 관측 네트워크 플랜을 가동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지난 2월에는 88개의 소형 과학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렸다. 이들 위성은 군집을 이뤄 지구 주위를 돈다. 날마다 지구 전체의 31%를 촬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은 로켓으로 소형위성 발사만 대행해주는 민간업체도 생겨났다. 스페이스X에서 분리된 벡터스페이스 시스템이란 회사다. 우주산업 분석 기관인 유로컨설턴트와 국제연구산업협회(IARIA) 등에 따르면 2020년쯤 소형위성의 시장 규모는 75억달러(8조500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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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집 위성을 활용한 원웹과 에어버스의 인터넷망 개념도. 출처=원웹 |
민간기업의 군집 위성 프로젝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스페이스X의 ‘전 세계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 사업이다. 2015년 이 계획을 처음 발표한 스페이스X는 지난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약 4400개의 소형위성 발사 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의 숫자와 맞먹는 수치다.
스페이스X의 구상은 먼저 미 전역을 감당할 수 있는 소형위성 800개를 발사한다는 것이다. 이어 나머지 3600개의 발사가 5~7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추진된다. 이들 통신 중계용 군집 위성은 1200㎞ 상공에서 지구 전역에 1Gbps(1초에 대략 10억비트의 데이터 전송)급 인터넷 신호를 송출하게 된다.
원웹(OneWeb)과 에어버스의 컨소시엄도 군집 위성을 활용해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야심을 천명했다. 두 회사는 2015년 900개의 소형위성 발사 프로젝트를 계약했다. 2018년까지 700개, 나머지 200개는 필요 시 추가 투입하거나 교체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발사할 군집 위성의 대당 가격은 약 50만달러(5억6000만원)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미 실리콘밸리 등지에서는 이미 민간 우주기업 다수가 정밀지도 제작부터 재난 예측에 이르기까지 군집 위성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군집 위성은 기능과 성능에 한계가 있던 소형위성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군집 위성의 확산은 지구 궤도의 우주 쓰레기를 더욱 늘릴 수 있다. 특히 주요 수요층이 될 민간기업이 자사의 군집 위성들을 정상적으로 지속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국가 안보와 사생활 침해도 앞으로 이와 관련해 중요한 이슈로 대두할 공산이 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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