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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 와인홀릭] 미국 와인은 왜 오크향이 강할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12-02 06:02:00 수정 : 2017-12-01 21: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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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사용 절제하면 과일풍미 살아나 /부르고뉴 스타일로 빚는 제이 로어

제이 로어 아로요 비스타 샤르도네
햇살 좋은 가을날 수천년을 구비구비 흘러 온 아름다운 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100년은 넘었을 것 같은 커다란 오크나무에 기대 서 있는 그녀. 쟈스민이 묻어오는 바람결에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맡긴 청초하면서도 풍만한 아름다움은 눈이 부시다. 나무아래 펼쳐진 황금빛 피크닉 담요에는 그녀가 먹기 좋게 잘라 온 잘익은 복숭아, 살구, 배, 사과 등 과일로 풍성하다. 이어 크리미한 빵 한조각과 디저트로 내놓은 호두, 아몬드를 갈아 만든 바닐라 아이스크림까지. 완벽한 가을날의 소풍. 제이 로어 아로요 비스타 샤르도네( J.Lohr Arroyo Vista Chardonnay)는 그렇게 사랑하는 연인과의 한페이지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오크 제작 과정
미국 와인하면 보통 오키(Oaky)하다, 버터리(Buttery)하다고 많이 얘기합니다. 와인을 숙성할때 오크를 너무 강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죠. 오크에는 탄수화물 성분이 많은데 오크 제작과정에서 오크 내부를 불에 많이 태울수록 바닐라, 토스트 향이 많아집니다. 프렌치 오크는 토스트와 바닐라 풍미가 섬세하고 미국산은 탄수화물 비중이 더 높아 조금 더 단맛이 강합니다. 또 미국산은 스파이하면서도 코코넛과 쵸콜릿 풍미가 강합니다. 미국산 오크를 많이 쓰는 와인들이 좀더 오키하고, 버터리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또 프랑스산은 미국산보다 가격이 3배 가량 비싸 미국을 비롯한 많은 신대륙 와이너리들이 미국산 오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오크는 일종의 화장과 같아서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포도가 가진 본연의 과일 맛은 사라지게 되죠. 처음에는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이런 와인을 즐기게 되지만 그만큼 싫증도 빨리 납니다. 와인 경험이 많이 쌓이면 과도한 오크향이 나는 신대륙 와인보다는 과일의 맛과 향을 섬세하게 살리는 유럽 와인을 선호하게 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오크를 잘 다스려 유럽의 오랜 장인이 빚어낸 것과 같은 신대륙 와인도 많이 선보이고 있답니다.

캘리포니아 주요 와인 산지 위치
나파밸리, 소노마와 함께 캘리포니아 주요 산지중 하나인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는 몬테레이(Montrey), 파소 노블레스(Paso Robles), 산타바바라(Santa Barbara)로 이뤄졌있습니다. 이중 몬테레이는 나파밸리와 소노마보다 아래쪽이지만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샤르도네와 피노누아가 잘 자랍니다. 지도를 보면 몬테레이는 바다에서 창으로 푹푹 찌른 것같은 모양이고 계곡 지형이 많아 바다가 연결되며 선선한 기운이 잘 들어갑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나파밸리 와인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지만 가격은 훨씬 착하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매력이죠.

몬테레이 포도밭 전경
몬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산지는 산타 루시아 하이랜드(Santa Lucia Highlands)와 아로요 세코(Arroyo Seco)입니다. 파소 로블레스(Paso Robles)는 내륙쪽으로 쑥 들어간 곳인데 덥고 건조해서 프랑스 남부 론지방과 기후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 품종으로 미국에서 론 스타일의 와인을 빚는 유일한 곳이랍니다. 파소 로블레스에서는 이곳에서는 메를로, 시라, 진판델, 비오니에 등도 재배합니다.

제이 로어 와이너리 전경
제이 로어 해외마케팅총괄 부사장 숀 젤레니(Shaune Zeleny)
몬테레이와 파소 로블레스의 개척자가 바로 1972년 설립된 제이 로어입니다. 오크 사용을 최대한 절제해 첫 목넘김부터 피니시까지 과실 풍미가 먼저 나오는 스타일로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포도 품종 고유의 특성을 바로 드러내는데 주력하고 있기때문입니다. 특히 제이로어는 10년이상 최적의 생산지를 탐색한 끝에 산타 루시아 하이랜드와 아로요 세코를 찾아내 뛰어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제이 로어 해외마케팅총괄 부사장 숀 젤레니(Shaune Zeleny)를 만나 함께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제이 로어 와인의 탄생 배경을 들어봤습니다. 제이 로어 와인은 현재 뱅앤조이에서 수입합니다.

제이 로어 아로요 비스타 샤도네이
제이 로어가 몬테레이의 아로요 세코에서 빚는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이 아로요 비스타 샤도네이입니다. 프랑스 오크에서 14개월 숙성하고 60% 정도만 새오크를 사용하는데 오크를 잘 다스려 과하지 않고 산도와 좋은 밸런스를 이루네요. 최초 발효와 2차 젖산 발효를 오크배럴에서 하고 죽은 효모와 함께 14개월 동안 숙성하는 등 전형적인 프랑스 부르고뉴 스타일로 빚은 와인입니다. 복숭아, 사과 등 핵과일과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향이 잘 살아있고 쟈스민 향과 견과류향, 바닐라 등이 어우러지며 바디감이 돋보이네요. 젖은 돌 같은 미네랄 풍미도 매력입니다.

제이 로어 팔콘 퍼치 피노 누아
제이 로어 에스테이트 팔콘 퍼치 피노 누아(J.Lohr Estate Falcon’s Perch Pinot Noir)는 몬테레이서 빚는 피노 누아 100% 입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디종(Dijon)과 포마르(Pommard)의 피노 누아 클론을 사용하고 중고 오크를 사용해 과실 풍미 위주로 뽑아낸 점이 돋보입니다. 밝은 느낌의 딸기향과 잘익은 붉은 체리, 제비꽃 , 말린 허브향 등이 어우려지는 가성비 좋은 와인입니다. 팔콘 퍼치는 매가 망을 본다는 뜻으로 매가 포도 나무 사이에 자란 소나무에 둥지를 틀고 포도 나무를 위협하는 쥐 등으로부터 포도 나무를 지키고 있어 이런 와인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제이 로어 세븐 오크
제이 로어 에스테이트 세븐 오크(J.Lohr Seven Oak)는 파소 로블레스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 77% 쁘띠시라 7%, 메를로 5%, 쁘띠베르도 2%, 쉬라 2% 등을 섞어 미국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한 와인입니다. 건조한 지역이지만 물을 적게 공급, 포도 나무에 스트레스를 줘서 뿌리가 물이 있는 곳까지 깊게 내려가도록 포도 나무를 키웁니다. 잘 익은 검은 자두, 블루베리 등 전형인 남국의 과실 풍미가 압도적이며 다크초콜렛, 바닐라도 느껴집니다. 견고한 탄닌은 입안을 꽉 채워줍니다.

제이 로어 힐탑 파소 로블레스(J.Lohr Hilltop Paso Robles)는 카베르네 소비뇽 96%, 메를로 3%, 쁘띠 베르도 등 전형적인 보르도 블렌딩 와인입니다. 프랑스 오크에서 18개월간 숙성하며 세븐 오크보다 완숙된 블랙베리 등 검은 과일향이 더 느껴집니다. 헤이즐넛과 다크 초콜렛의 부케도 후각을 자극하며 벨벳같은 탄닌이 입안을 감싸줍니다.

제이 로어 뀌베 뽀(J.Lohr Cuvee PAU)는 제이 로어의 최상급 와인으로 장기 숙성이 가능한 프랑스 메독의 뽀이악 마을을 지향하는 와이너라는 뜻에서 뽀이악의 앞글자 PAU를 와인 이름에 담았습니다.카베르네 소비뇽 88%, 쁘띠 베르도 9%, 말벡 2%, 메를로 1%이며 프랑스 오크에서 18개월 숙성합니다. 짙은 블랙베리, 카시스의 아로마와 토스트, 에스프레소 커피의 부케가 어우러지며 꼭 짜인 구조감과 결이 고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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