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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염상섭을 다시 보다

입력 : 2017-11-30 21:31:28 수정 : 2017-11-30 21: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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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탄생 120주년’ 기획전 / 첫 소설 ‘해바라기’ 초판본 처음 공개 / 단편 소설집 ‘금반지’·유품 등도 전시 / “자연·사실주의 작가로 알려졌지만 / 궁극적으로 추구한 이념은 민주주의” 횡보(橫步) 염상섭(1897∼1963)은 국내 리얼리즘(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힌다. 시대적으로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 근대 주류 권력을 몸소 경험했지만, 어느 이념도 염상섭을 온전히 포섭하지 못했다. 그런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기존 지배질서와는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교과서에 등장했던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 ‘삼대’의 작가 염상섭의 탄생 12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와 생애를 살피는 기획전이 마련됐다.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은 ‘염상섭 문학전 - 근대를 횡보하며 염상섭을 만나다’전을 내년 2월25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에 앞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호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는 “횡보는 자연주의·사실주의 작가로 알려졌으나,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이념은 민주주의였다”며 “제국주의부터 냉전 시기까지 그는 계속해서 비판적 시선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 ‘삼대’의 작가 염상섭의 탄생 12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세계와 생애를 살피는 기획전이 마련됐다. 염상섭(왼쪽)과 막내딸인 염희영 여사.
전시에는 염상섭의 첫 소설인 ‘해바라기’와 소설집 ‘금반지’, 아동문학서 ‘채석장의 소년’ 등의 희귀자료가 공개된다. 해바라기는 1924년 7월 박문서각에서 발행한 소설로, 초판본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은 한국 최초 근대 여류 화가인 나혜석과 김우영의 결혼을 소재로, 신여성의 연애관과 결혼관에 대한 견해를 그려낸 중편이다. 염상섭의 첫 창작집은 1924년 8월10일 발간된 ‘만세전’으로 알려졌지만, 국립중앙도서관 측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해바라기가 만세전보가 열흘 빠른 같은 해 7월31일 발간된 것을 확인했다.

해바라기의 주인공인 나혜석과 염상섭은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부터 친분이 깊은 사이로, 나혜석이 염상섭의 소설집 ‘견우화’의 표지를 그려주기도 했다. 전시에는 해바라기와 견우화가 나란히 전시됐다. 이와 함께 한국 명단편 중 하나인 ‘전화’가 수록된 단편소설집 ‘금반지’도 전시에 소개됐다. 

사진은 염상섭이 사용했던 원고지함.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전시는 1919년 3·1운동부터 1960년 4·19혁명까지 40여년간의 현대사가 오롯이 담긴 염상섭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조명한다. ‘만세전’을 시작으로 대표작인 ‘삼대’, 30대 과부의 외로운 생활을 다룬 ‘일대의 유업’, 6·25전쟁 당시의 보편적 인간애에 집중한 ‘취우’까지 염상섭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또 작가로 활동하면서도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며 기사를 작성해 ‘쌍수집병’(雙手執餠: 양손에 떡을 잡는다)이라는 표현을 들었던 염상섭의 폭넓은 문필 생활도 확인할 수 있다.

염상섭의 첫 소설인 ‘해바라기’와 소설집 ‘금반지’.
이 밖에도 염상섭의 막내딸인 염희영 여사가 보관하고 있던 육필 원고와 계약서, 원고지함, 지갑, 군번표 등 횡보의 유품도 볼 수 있다. 염상섭의 글을 필사하거나 당시 경성 거리를 색연필로 칠하는 등 관람객 참여 코너도 마련돼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해바라기와 금반지 등 새롭게 입수한 근대문학 자료를 선보이고, 횡보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며 “자료 수집과 보존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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