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향하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차는 산딸기 향이 느껴지시죠?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이쪽은 향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뒤에 드시면 아주 좋지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홍차전문점. 찻잎이 담긴 검은 틴케이스가 매장 곳곳 가득하고 카운터 앞에는 각종 차 종류를 시향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테이블마다 호텔처럼 흰 테이블보가 깔려 있다. 일반 커피전문점과는 다른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돼 선뜻 발을 들여놓기 망설여진다. 하지만 차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골라 즐길 수 있어 예상 밖의 편안한 매력이 있다.
차(茶)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홍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 동남아, 미국 등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홍차들이 수입되고, 수년째 홍차 관련 서적도 다수 출판됐다. 홍차를 주 메뉴로 하는 홍차전문점도 늘고 있다. 예쁜 틴케이스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커피전문점과는 차별화된 분위기를 낸다. 티하우스, 티룸, 티살롱 등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홍차 마니아들과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포트넘 앤 메이슨’은 홍차 문화를 꽃피운 나라 영국에서도 명품차로 유명한 브랜드다. 영국 왕실에서 즐기는 차로 잘 알려져 있으며 영국을 여행객들이 런던 매장을 관광 필수 코스로 여길 만큼 인기다. 영국 본사에서는 홍차, 녹차, 우롱, 허브티 등 400여가지를 판매하며 한국에는 90여종이 수입됐다. 시그니처인 로열 블렌드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홍차의 기준’으로 여겨진다.
지난 7월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포트넘 앤 메이슨 매장이 오픈했다. 틴케이스가 알록달록해 선물용으로도 많이 판매된다. 차를 선택하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쿠키를 추천해주며 스콘이나 비스킷에 발라 먹을 수 있는 잼도 인기다.
![]() |
서울 강남구 압구정 기아자동차 매장에 입점해 있는 스미스 티메이커. |
프랑스 브랜드 ‘다만 프레르’는 다만이라는 사람이 1692년 프랑스 왕 루이14세로부터 차 판매 독점권을 받으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 6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2009년 수입돼 백화점과 고급호텔을 중심으로 공급됐고 2015년 서울 광화문에 첫 한국 매장을 열었다. 지금까지 가향차와 각종 블렌딩 차, 녹차와 허브차까지 3300여종을 개발했으며 한국에서는 60여종을 만나볼 수 있다. 산딸기 향이 나는 자흐뎅 블루, 초콜릿 향이 나는 샤흘롯트 오 쇼콜라 등 가향차 판매율이 높다.
홍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스미스 티메이커’는 고급 찻잎을 특별한 도구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찻잎을 분쇄하지 않고 티백에 그대로 담았다. 한국에는 2013년부터 수입돼 지난 6월 서울 압구정 기아자동차 매장에 입점했다.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차는 많지 않지만 세 가지 차를 골라 한 잔씩 시음해볼 수도 있다. 이집트 캐모마일 꽃잎이 블렌딩된 화이트 페탈, 중국 푸젠성에서 수확한 바이하오 우롱, 진한 차 향을 느낄 수 있는 포틀랜드 블랙퍼스트가 매장 추천 메뉴다.
홍차는 녹차와 같은 찻잎을 발효시켜 만든 차로 붉은빛을 띤다. 항암, 항염증 효과가 있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 특유의 향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꽃이나 과일 향이 첨가된 가향차가 부담 없다. 잘 알려진 홍차 중 하나인 얼그레이도 시트러스 계열인 베르가모트라는 과일 껍질에서 추출한 오일을 홍차에 첨가한 가향홍차다. 홍차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아삼, 다르질링, 키먼, 우바 등 여러 생산지에서 생산된 차를 배합한 블렌딩차에 도전해볼 수 있다.
홍차 입문자라면 온라인 홍차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의 홍차 판매점에서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골라 가향차와 블렌딩차를 하나씩 구매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홍차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카페인 함량이 높다는 것이다. 홍차를 우려냈을 때 커피와 비교하면 카페인 함량이 절반가량이다. 또 홍차의 폴리페놀 성분이 카페인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홍차로 섭취하는 카페인은 커피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오해는 홍차는 떫다는 것. ‘홍차 수업’과 ‘철학이 있는 홍차 구매 가이드’의 저자 문기영씨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국에 홍차전문점이 많이 생겨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중 90%는 매장을 고급스럽게 꾸미는 데 집중하고 정작 홍차를 맛있게 우리는 데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객들이 홍차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홍차전문점과 판매점이 홍차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홍차 클래스를 운영하는 그가 홍차를 맛있게 우리는 팁을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85∼95도 물에 우리는 방법으론 제 맛을 느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어렵지 않습니다. 2∼3g의 찻잎에 400㏄의 물을 넣고 3분 뒤에 건져내세요. 단, 물은 무조건 펄펄 끓는 물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가장 맛이 좋습니다. 이 방법으로 홍차를 우리면 값싼 티백이라도 맛있습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