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지난 여름휴가 때 카톡 메시지에 답변 안 했다고 휴가 복귀한 뒤 상사로부터 온갖 잔소리에 시달렸다"며 "이럴 때 보면 모바일 메신저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메신저 없던 때가 마음은 더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C씨는 "카톡 탈퇴하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약간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카톡 안 하는 게 왜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이상한 건지, 지인들이 이상한 건지"라고 말문을 흐렸다.
D씨는 "근무시간에 개인적으로 카톡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요즘보면 근무시간에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다루는 걸 너무 당연시하는 것 같다"며 "이러니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다른 나라보다 긴 게 아닌가 싶다. 주요 선진국들은 업무시간에는 오롯이 근무에만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E씨는 "1~2명이 아닌 회사 전체가 퇴근 후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요즘 퇴근 이후에도 사생활과 업무가 뒤섞여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하루에도 수백건씩 쏟아지는 모바일 메시지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일부러 멀리하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족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 홍수에 빠진 현대인들이 각종 전자기기 사용을 중단하고, 명상이나 독서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자는 것을 말한다. 단식으로 몸에 축적된 독소나 노폐물을 해독하듯 스마트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함으로써 정신적 회복을 취한다는 것이다.
10일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빅데이터상 스마트폰 중독 언급량은 2015년 2만9255건에서 지난해 3만8652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3만2582건이나 됐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단식', '인터넷 피로', '디지털 피곤' 등을 포함한 '디지털 디톡스' 관련 언급량도 증가, 2015년 2만5000건에서 올해 8월까지 이미 2만건을 넘겼다.
◆디지털 단식, 인터넷 피로, 디지털 피곤
사람들이 디지털 단식 선언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퇴근 이후에도 메신저나 메일을 통해 이어지는 업무 지시로부터 해방되기 위함이다.
지난 1월 프랑스에서 발효된 새 근로계약법은 근로자들의 접속 차단 권리를 보장, 근무시간 외 이메일을 보내거나 받지 않을 권리를 두고 사업장과 직원이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이 퇴근 시간 이후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 관행을 금지하는 이른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 금지법'은 항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빅데이터 언급량이 2015년 929건에서 지난해 5892건으로 폭증했고, 올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종의 도피처?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도 점차 커져
디지털 홍수 속 일종의 도피처가 되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날로그 관련 언급량은 2015년 기준 33만4203건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48만2445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36만4059건으로 아날로그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소프트는 "아날로그 열풍을 두고 디지털 피로 누적에 따른 단기적 유행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과도한 디지털 사용 측면에서 보면 아날로그에 대한 관심은 일종의 거대한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디지털 문화가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디지털 디톡스를 실현하려는 사람들도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