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Sakha)는 시베리아 극동에 위치한 러시아 내 자치공화국으로, 옛 이름은 야쿠트다. 북극 지역 수천년 전통에 러시아 사회제도가 결합한 독특한 사회 문화 양식을 지닌 곳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사하 공화국의 영화를 조명하는 ‘사하 시네마: 신비한 자연과 전설의 세계’를 마련했다. 그동안 미지의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고 그 외연을 넓히며 ‘아시아 영화의 지도 그리기’를 꾸준히 이어온 BIFF의 야심찬 행사다.
이번 특별전은 1992년 사하 시네마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알렉세이 로마노프의 ‘어머니’를 비롯해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영화사적 의미를 지닌 장편 7편과 단편 5편을 소개한다. 짧은 역사 속에서도 독특한 영화 스타일과 자체 영화산업을 일군 사하 시네마를 들여다본다.
사하 시네마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상업영화의 화려한 외형이나 말끔한 만듦새와는 매우 다르다. 지역의 전설과 민간 신앙이 근대 예술인 영화의 표현 양식을 만나 자연스레 결합한 사하 시네마는 세계 여타 지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다.
◆썸머하우스(아나톨리 바실레프): 한 남자가 어린 시절 여름을 났던, 지금은 폐가가 된 별장을 사려고 고향을 찾는다. 어느 날 밤, 별장에서 죽은 가족들의 혼령을 만난 그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 놓인 자신을 발견한다. 사후 세계에 대한 야쿠트의 독특한 전통 사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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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행복했던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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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곳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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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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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스노우. |
◆케스킬 2: 재대결(로만 도로페예프, 드미트리 샤드린, 알렉세이 예고로프): 순박한 청년 케스킬. 여자도 사귀고 싶고 직장도 얻어야 하고 새로운 동네에서 잘 적응해야 하지만, 현실은 이조차도 쉽지 않다. 그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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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
◆무법자들(스테판 부르나셰프): 세 명의 탈옥자가 타이거 지역으로 숨어든다. 영하 50도로 떨어지는 겨울, 외딴 오두막에 몸을 숨긴 그들은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혹한의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 스릴러 드라마.
◆어머니(알렉세이 로마노프): 한 외로운 여행객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곧 유령으로 밝혀진 그녀는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자신의 시신을 전통에 따라 묻어 달라고 부탁한다. 야쿠트 영화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전설적 이미지와 설정 그리고 알렉세이 로마노프의 영화적 실험이 돋보인다.
◆어부 이야기(뱌체슬라프 세묘노프): 커다란 호수 옆에서 평생을 살아온 어부 발릭시트는 어느 날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를 구하고 그에게 새 인생을 열어준다. 호수를 기반으로 삶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야쿠티아 북쪽 지방의 생활양식,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그들의 전통적 사고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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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각말. |
◆불길한 예감(미하일 루카쳅스키, 프로코피 노고비친):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낚시 여행을 떠난다. 평범해 보이는 이 여행은 곧 인생에 관한 철학적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물질적, 정신적 세계에 대한 야쿠트 특유의 태도를 유려한 영상 안에 담아낸다.
부산=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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