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기자와 만납시다] 카톡에 '휴가 중' 메시지 보셨죠…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시겠어요?

입력 : 2017-08-05 08:00:00 수정 : 2017-08-04 23:33:46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국내의 한 기업체 홍보담당 A(45)씨는 최근 휴가를 다녀오면서 자신의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란에 일주일간 휴가라는 글을 남겨놓았다.

관련 업종 종사자로부터 연락이 자주 오는 데다가 평소 담당 매체 기자들의 질문도 많이 받아 휴가라도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다. 그는 휴가를 떠나기 전 업무 공백에 대비, 같은 부서 동료에게 인수인계를 해뒀다.

딱 1번 업무 관련 전화벨이 울리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휴가를 망치지 않고 모처럼 가족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고 A씨는 밝혔다. 앞으로 그는 휴가뿐만 아니라 연차를 쓰고 잠시 쉬고 싶을 때도 ‘휴식 중’이라는 글을 상태메시지에 남겨놓을 생각이다.

비수기에 일본으로 휴가 떠날 생각인 개발자 권모(33)씨는 로밍이나 유심칩 등 외국에서 연락되는 장치를 해놓지 않을 계획이다.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별도로 찾아야 하고 스마트폰이 벽돌에 그칠 것을 알지만, 그 시간만큼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이나 각종 SNS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권씨는 “디지털 단식이 유행하지 않았느냐”며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휴가만이라도 부서 연락을 받고 싶지 않아 로밍 같은 건 전혀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에게도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혹시 여러분도 휴가 떠날 때 이런 메시지를 남기시나요? 카카오톡 화면 캡처.


휴가 중이라는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가 여행지에서 거래처 종사자에게 수없이 연락받은 한 기업체 과장 정씨는 “어쩐지 휴가라고 자랑하는 것 같아서 적지 않았다”며 “당연히 근무 중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전화 거는 바람에 아내에게 따끔한 눈총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이 휴가라는 걸 알린 이들은 ‘나 휴가니까 되도록 연락하지 말라’는 또 다른 메시지를 남긴 셈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SNS 발달로 24시간 사람들이 연결된 스마트폰 세상에서 휴가만큼은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 ‘제발 방해하지 말라’는 호소였다고 말했다. 단절을 원해 메시지 남긴다니 씁쓸하지만, 스마트폰 세상을 나타내는 단면이라 생각하면 다소 수긍이 간다.

휴가 중 메시지 남기는 이들의 심리를 파악하고자 세계일보가 연락한 어느 사회학 분야 전문가도 “지금은 휴가 중”이라며 “통화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와 기자를 폭소케 했다. 휴가 중인 줄 모르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그의 휴식을 방해한 셈이었다.

 
휴가 중인 어느 사회학 전문가의 메시지. 카카오톡 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이 휴가 떠나는 직원들에게 ‘부서 단톡방을 나가라’는 캠페인을 벌여 화제다. 휴가 중 회사 업무와 관련된 단톡방에서 퇴장, 쉬는 데만 몰두하자는 의미의 포스터도 사내에 붙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여름부터 ‘열심히 일한 당신, 나가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휴가자들에게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되도록 자제하고, 그때만큼은 서로 배려하자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