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장 드라마’가 시청률 15%를 상회하는 안방극장에서 복제인간을 다룬 ‘듀얼’의 시청률은 내내 1%대를 유지했다.
제작진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이 드라마의 소재와 캐스팅 등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듀얼’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복제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심을 모았다. 심지어 복제인간이 한꺼번에 두 명이나 등장했다.
안방극장 천편일률적인 로맨스 드라마,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듀얼’의 이야기는 한국 드라마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할리우드에서 수백, 수천억 원의 돈을 투입해야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복제인간 이야기를 이렇다 할 CG나 특수효과 하나 없이 다뤘다.
드라마는 복제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과감히 포기하고, 만들어진 복제인간이겪게 되는 신체변화와 윤리적 문제, 존재에 대한 고민에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를 미리 안방극장으로 가져와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도 복제인간에 관한 철학적 고민만으로는 지루할 수 있기에, 유괴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아 시청자를 유인했다. 딸을 구하려는 정재영의 연기는 돋보였다. 그는 아픈 딸을 홀로 키우는 가난한 홀아비와 포기할 줄 모르는 열혈 형사가 섞인 캐릭터를 혼신을 다해 표현해냈다.
복제인간 1, 2와 그 복제인간의 원형이 된 인간까지 1인 3역을 해낸 신예 양세종도 자기 몫을 큰 결함 없이 해냈다.
그러나 ‘듀얼’은 전반적으로 약한 캐스팅, 여주인공을 맡은 김정은의 연기 논란 등으로 크게 감점을 당했고 이를 종영까지 만회하지 못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