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네요.” “눈에 확 들어오니까 좋아요. 안 그래도 오늘 보니까 다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이 사고당했다는 기사가 있던데….” “멀리서도 잘 보이네요.” “효과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약 4주 전, 경기도 시흥시의 한 아파트 앞에 설치된 입체 횡단보도 사진을 보고 네티즌들이 보인 반응이다. 사진은 시흥시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으며, 더욱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입체 횡단보도. 말 그대로 횡단보도를 일반 평면이 아닌 3D 형태로 그린 것이다. 운전자 시점에서 봤을 때 횡단보도가 마치 막대기를 세워놓은 것처럼 보여 감속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설치를 이어오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시흥시가 처음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다른 지자체에서 설치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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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시흥시는 예산이 부족한 탓에 횡단보도 설치를 발주하지는 못했으며, 먼저 시공업체 측이 시에 접촉해 설치 의사를 내비치고 여러 후보 지역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장현초등학교(시흥시 시청로80번길 위치) 근처에 입체 횡단보도를 그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융착식으로 그리는 일반 횡단보도와 달리 입체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자재 내구성이 더 뛰어나다”며 “멀리서도 잘 보이고, 붕 뜨거나 서 있는 느낌을 줘서 운전자들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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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감속을 위한 그림. 운전자 시점에서 보면 삼각뿔 모양의 장애물이 서 있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
시민들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근처에서 만난 한 여성은 “횡단보도를 입체적으로 그리니까 운전자들이 더 주의할 것 같다”며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들 하굣길 마중을 나왔다는 또 다른 주부도 “일반 횡단보도보다는 사람들이 신경을 더 써줄 것 같다”고 거들었다.
횡단보도를 살펴본 10일은 전국적인 장마로 시흥시 일대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빗길에 주의하는 상황에서 앞에 입체 횡단보도까지 보이니 더욱 속도를 낮추는 등 도로 안전에 신경 쓰는 운전자들이 관찰됐다. 다만, 횡단보도에 익숙해지면 운전자들이 향후 안전에 소홀해질지도 모를 우려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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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청 관계자는 “입체 횡단보도 설치 지점은 인근 아파트 학생들의 주요 통학로”라며 “몇 군데 후보지를 제시하고 업체와의 논의 끝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운전자들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입체 횡단보도에도 한계는 있었다. 바로 설치비용이다.
시청 관계자는 “효과가 있으면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가가 높아서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시청 독단적으로 입체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고, 지방 경찰청과의 논의도 거쳐야 해서 지금 당장 확대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입체 횡단보도의 또 다른 한계는 대로처럼 통행량이 많은 곳에 설치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허용속도가 높은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입체 횡단보도를 보고는 착시현상 때문에 급제동을 걸어 추돌사고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안전을 위한 입체 횡단보도 확대를 위해서는 결국 민간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더욱 많이 필요해 보인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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