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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이웃사촌은 옛말 “인사조차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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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8 14:40:23 수정 : 2017-07-08 14: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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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주의 한국’ 유대감 약화 현상 / 무심한 인간관계 ‘교류단절 시대’
최근 정혜정(31·여·가명)씨는 딸 에이미(6) 일로 고민이 늘었다. 5년 전 남편 유학으로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해외에서 양육을 해온 정씨는 귀국 후 “딸이 이웃들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근심을 토로했다. 얼마 전 놀이터에서 딸애가 또래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가리키며 함께 놀자고 했지만, 아이 어머니가 당황스러워하며 ‘자신의 물건이 아닌데 사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나무랐다는 것.

잘 모르는 이웃 사람들까지 웃으며 한마디씩 인사말을 건네고, 놀이터에서는 “It’s to share”(함께 가지고 놀아라)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엄마들이 자녀들끼리 장난감을 나누며 같이 놀도록 하는 문화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문화적 차이를 모르는 에이미가 이웃이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돌변했다고 오해하고 위축될까봐 걱정이라는 얘기였다.

최근 한국에서 이웃과의 끈끈한 정을 소환하는 ‘응답하라 1997·1994·1988’ 시리즈가 몇 년 연속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이웃과 목례도 나누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유대가 약해지고 있다. 개인주의 규범이 확고한 서구에서는 ‘지나치는 낯선 이’에게도 인사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왜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에서는 옆집 사람에게까지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을까.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전·월세 형태로 살면서 주거지를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이웃에 대한 애착이 줄어든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자연히 이웃 관계가 피상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데, 여전히 ‘친한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만 인간관계를 나누고 내 집단 바깥 사람에게 무심한 경향이 ‘인사하지 않는 이웃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끼리 예의상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낼 수 있지만 이를 ‘가짜 친밀성’으로만 생각하는 문화가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집단주의 규범이 시대에 맞게 진화하지 않아 이웃과 관계맺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개인의 삶의 양식은 다양화했지만 여전히 생애 주기별로 달성 과업이 정해져 있다는 가정 하에 이웃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도시의 은둔자’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비혼주의 등 개인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대화 패턴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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