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수학자 푸앵카레 경도 연구에도 같은 개념
두 업적이 시간·지도 통일에 미친 영향 소개
英·佛 본초자오선 경쟁 등 다양한 풍경도 담아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뜻밖의 장소에서 시작됐다. 당초 아인슈타인은 유명 학자가 아닌 스위스 베른 특허국의 3등 심사관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인슈타인의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지만, 특허국에서의 경험은 그가 상대성이론을 발견하는 토대가 됐다.
유럽 철도의 중심지였던 베른의 특허국은 철도와 시계의 동기화에 관한 특허신청이 많은 곳이었다. 철도 교통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의 시계 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일을 맡고 있었던 아인슈타인은 먼 거리에 있는 두 개의 시계를 동기화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절대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상대성이론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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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철도의 중심지였던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은 철도와 시계의 동기화에 관한 특허신청이 많은 곳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먼 거리에 있는 두 개의 시계를 동기화하는 일을 하면서 상대성이론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왼쪽부터 아인슈타인, 앙리 푸앵카레, 좌표화된 시계를 갖춘 베른의 기차역. 동아시아 제공 |
신간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는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의 시간 동기화 개념이 전 세계의 시간과 지도 통일 과정에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책의 저자이자 미국의 과학사학자인 피터 갤리슨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이들의 업적이 타고난 능력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이뤄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아인슈타인과 푸앵카레는 시대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살았다. 19세기 전후의 철도와 전신의 팽창, 무선 통신의 확장, 제국주의 등의 요소들은 이들의 업적에 밑거름이 된다. 저자가 설명하는 이들의 관계도 흥미롭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에 관해 썼던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은 1905년 발표됐다. 그보다 앞서 푸앵카레는 1898년 ‘시간의 척도’ 논문에서 동시성은 빛과 같은 신호의 교환을 통해 시계를 맞추는 것으로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푸앵카레의 논문을 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논문에 참고문헌과 각주를 실을 때도 한 번도 푸앵카레의 이름을 싣지 않았다.
책은 두 사람의 업적을 소개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육상과 해저에 전 세계적으로 전신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 경도 탐색 과정에서 지도 제작자들이 겪었던 어려움, 전신 신호를 이용한 시계 동기화와 세계지도 제작 과정, 미터법 규약이 국제화하는 과정, 본초자오선 유치를 위한 프랑스와 영국의 경쟁 등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시계와 지도를 둘러싼 풍경들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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