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핀테크' 대신 노년층 위한 특화 서비스 마련

#. 30년째 지방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삼고 있는 고객인 A(57)씨는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 대신 웬만해선 은행 창구를 방문한다. "30년째 월급통장으로 쓰고 있는데 모바일뱅킹 이용이 번거로워 따로 쓰진 않고 있다"며 "아무래도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다보니 발품을 팔아서라도 은행을 방문해서 일을 처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 금융권에 핀테크 바람이 불고 있지만 지방은행 입장에서 볼 때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20~30대 젊은 세대들보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고객이 많은 지방은행 특성상 새로운 기술을 속속 도입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막상 도입을 해도 사용률이 저조하고 여전히 은행 창구가 붐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은행들은 어르신 특화 창구 등 어르신 특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전히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 대신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지방은행 고객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에서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전라북도 지역의 전북은행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 지역 주민등록인구는 187만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8.5%다. 이는 전국 고령자 평균 비율인 13.1%에 비해 5.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연금을 수령하거나 공과금을 납부 하기 위해 찾아오는 노년층들로 늘 은행이 북적거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바일뱅킹 시대가 열리면서 수도권 은행에는 내점 고객이 줄어든 것과 달리 지방은행 내점 고객은 여전히 많다는 게 지방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은 젊은층은 모바일뱅킹을 많이 이용하면서 내점 고객이 줄었지만 지방은행은 수도권 만큼 젊은 고객들이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고령화된 인구가 많다보니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저조한 편"이라며 "내점 고객이 사실상 거의 줄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지방은행들은 노령층 고객을 위해 '어르신 특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주은행은 남구와 북구에 이어 동구 지역에 어르신 전용 점포 3호점을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광주은행은 남구 빛고을건강타운점과 북구 오치동점을 어르신 전용점포로 지정했다. 오치동점의 경우 보건소와 협약을 맺고 매달 보건소 직원이 점포로 출장을 나와 노인 대상 무료 건강 상담도 진행한다.
전북은행은 전 영업점에 '어르신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콜센터에 어르신 전용전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전국 266개 영업점 중 188개 영업점에 6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어르신 전담 창구'를 설치했다. 이 곳에는 큰 글씨로 제작된 별도 상품 안내장도 마련돼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의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에 노년층은 금융소외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금융소외계층이 원활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방은행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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