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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돌아온 ‘길맥’ 의 계절… 핫 플레이스 몸살

입력 : 2017-04-14 19:11:38 수정 : 2017-04-14 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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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몰리는 홍대·이태원, 날 풀리자 벤치·잔디밭 등 만원 / 음주소란·쓰레기 등 매년 늘어… 단속 범위 넓어 사실상 통제불능

 

“캬∼ 좋다”

지난 7일 늦은 밤 서울 홍대역 3번출구 앞 연남동 일대는 ‘불금’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아직은 조금 쌀쌀한 날씨였지만 청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벤치, 잔디맡에 삼삼오오 모여 술을 즐겼다. 막걸리나 소주를 병째로 마시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길 건너편 홍대거리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4∼5m 간격으로 쭉 이어지는 길거리 연주는 밤의 흥취를 더했다. 아예 술병을 들고 걸어 다니며 마시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친구 3명과 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던 대학생 이모(22)씨는 “밤 분위기를 즐기기엔 이만 한 것이 없다”며 “날이 풀리기도 해서 친구들과 간단하게 한 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거리에선 병맥주, 캔맥주가 인기였지만 소주도 빠지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남녀 네 명은 소주병에 빨대를 꽂아 마시고 있었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길맥러’(길거리에서 맥주 등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청춘들은 저렴하게 술을 마실 수 있어 따뜻해진 날씨를 반기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핫 플레이스’ 인근 주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소란에 걱정이 크다. 

지난 주말 둘러본 서울 홍대와 연남동 일대, 한강공원, 이태원 등 ‘길맥 명소’엔 어김없이 젊은이들이 몰리는 있었다. 인근 주점과 편의점은 반기는 분위기다. 커피처럼 플라스틱 잔에 맥주를 따라 팔거나, 봉지에 칵테일을 담아 팔기도 한다. 연남동 공원 근처 한 술집 관계자는 “가게 바로 앞 공원이 사실상 커다란 테이블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길맥의 강점은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이다. 술집에서 먹는 것보다 가격이 절반 이상 싸고, 핫플레이스의 분위기도 즐길 수 있어서다. 운이 좋아 길거리 공연까지 보면 금상첨화다. 흡연자들은 주변 눈치보지 않고 음주에 흡연까지 가능하단 점에서 “웬만한 술집보다 낫다”고 입을 모은다.

‘혼술족’들도 날이 풀리면서 집을 나서고 있다. 취업준비생 백모(26·여)씨는 “다른 사람과 부대끼지 않고 혼자 술을 마시고 싶을 때나, 집에서 먹기 답답할 때 병맥주를 하나 사들고 근처에 나와 마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핫 플레이스’ 인근 주민들은 시름이 깊다. 이태원에 사는 한 주민은 “술 취한 사람들이 주택가로 올라와 노상방뇨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최근 연남동에서 영등포로 자취방을 옮긴 직장인 김모(27·여)씨도 마찬가지 이유로 이사를 결정했다. 김씨는 “한 1년 살아보니 시끄러워서 도저히 못 살겠더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14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경범죄처벌법 상 ‘음주소란’으로 단속된 건수는 2012년 1657건에서 지난해 6960건으로 4배 이상 뛰었다. 게다가 몇몇 곳은 벌써부터 술병 등 쓰레기가 산더미인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과 캐나다, 싱가포르 등 사례를 들어 공원 등 공공지역에서 음주를 규제하는 방안을 촉구하고 있지만, “과도한 규제”란 반론에 진통만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강공원을 비롯해 서울 내 공원에서 음주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례안이 발의됐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실제로 2012년 강릉경찰서가 경포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음주를 전면 금지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이듬해 폐지됐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길맥은 주말, 야간이 성황이고, 단속범위가 워낙 광범위한 탓에 인력을 큰 폭으로 늘리지 않는 한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규제보다는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마포구의 한 환경미화원은 “요즘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젊은이들이 즐기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라면서도 “마음껏 즐기고 나서 시민의식을 갖고 뒷정리만 제대로 한다면 논란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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