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5일 칸셰이칸 마을 주민 압델 하미드 알유세프(29)가 아내와 자식들, 형제, 조카까지 22명의 가족을 한 순간에 잃었다고 전했다. 특히 알유세프가 이날 가족을 묻기 직전 9개월 된 쌍둥이의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목이 집중됐다. 쌍둥이는 전날 시리아 정부군이 감행한 화학무기 공습으로 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사린가스는 1938년 10월 독일 나치정부의 화학자였던 제랄드 슈레더에 의해 만들어졌다. 극도의 독성을 지닌 이 가스 개발에 참여했던 다른 4명의 과학자들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사린(sarin)이라고 명명됐다. 그러나 당시 아돌프 히틀러는 사린가스의 치명적 공격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용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공격에 사린가스가 사용된 것이 확인되면 세계 역사상 4번째 사린가스 공격으로 기록될 예정이라고 6일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설명했다. 첫 번째는 1988년 3월16일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나왔다. 이라크군은 당시 이란 국경 부근 쿠르드족 마을에 사란가스를 살포해 5000명 이상 숨졌다. 이후 1995년 3월20일 도쿄에서 옴진리교도에 의한 지하철 독가스 테러에 사용돼 12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13년 8월21일 시리아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인근에 사린가스 공습을 감행,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아이 426명을 포함 최소 1429명이 숨졌다. 이번 시리아 이들리브주 사린가스 참사 역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가 그 배후로 지목됐다.

1993년 세계 192개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를 금지하는 ‘화학무기의 개발·생산·비축·사용금지 및 폐기에 관한 협약’을 조인, 1997년 4월29일 65개국이 비준해 효력이 발생했다. 5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참사가 국제법으로 금지된 사린가스로 확인되면 배후로 지목된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리아 정부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폭격 경고 등에 떼밀려 2013년 10월 화학무기금지협정의 조인국이 됐다. 화학무기를 생산, 비축, 사용하지 못하는 국가가 되면서 2014년 6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감독 하에 사린가스를 포함한 화학무기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군은 당시 화학무기 일부의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아사드 정권이 빼돌렸을 가능성을 의심해왔다.
이스라엘 군사 정보관리들은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이 수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병기고에 몰래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도 시리아가 보유하던 사린가스는 두드러진 특별한 성질이 있어 참사 현장에서 보낸 샘플과 대조 때 동일한 것인지 판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정부기구인 국경없는의사회, 세계보건기구(WHO)도 사상자들의 질식, 입 거품, 경련, 동공수축 등 증세를 볼 때 신경작용제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시리아 측은 이번 화학무기 공격 개입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양측이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보도했다. 따라서 러시아와 시리아가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전쟁범죄를 저지른 직접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공격은 선을 넘었다”며 “용납할 수 없는 악랄한 행위”라고 전례없이 강경한 톤으로 비난했다.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니키 헤일리 미국 대사는 참사로 희생된 사진을 들어보이며 “유엔이 단합하지 못하면 ‘독자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아사드 제거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아사드 정권이) 야만적 체제임을 확인해준 사건”이라며 “전쟁이 끝난뒤 아사드가 권좌에 남는 상황을 상상하기조차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도 “아사드 정권과 함께 할 가능성에 매우, 매우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사진=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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