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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는 성전환자…"암시장서 호르몬 구해.."

입력 : 2017-04-04 17:21:21 수정 : 2017-04-04 20: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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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베트남 국회는 성 전환자의 신분증과 각종 법률 서류에 바뀐 성과 외모를 반영할 수 있도록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베트남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제도 개선에도 현지 성 전환자는 암시장에서 호르몬을 사야 하는 등 여전히 음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성 전환 수술로 여성이 된 핀냐 안(21)씨는 매주 같은 고민에 빠져 마음이 괴롭다. 얼굴에 수염이 나면 어쩌나 고민하며 정기적으로 호르몬제를 구입해 투여받는다.

그는 옷가게에서 판매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클럽 가수로 나선다. 호르몬제를 구하지 못하면 수염을 비롯한 남성의 성징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 걱정이 떠날 새가 없다고 한다. 

안씨는 "호르몬제를 정기적으로 투여받지 못하면 목소리가 남성처럼 굵어지고 여자처럼 매끄러운 몸매를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이들은 모두 그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몇몇은 호르몬제를 구하지 못해 심한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암시장에서 구한 호르몬제의 부작용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베트남인은 약 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공식적으로 600여명이 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환자들을 양지로 끌어내려는 정부의 여러 조치에도 보수적인 사회 풍조가 뿌리 깊은 공산주의 국가 베트남에서는 이들이 설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여전히 성 전환을 빌미로 다른 이유 없이 비판받거나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다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성 전환자들이 더 나은 의료 환경에서 혜택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법 시행은 빨라야 2019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법이 바뀌기 전까지 호르몬제를 찾아 암시장을 이용하거나 투여횟수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안씨는 "월급 절반을 약 구매에 쓰고 있어 생활이 어렵다"며 "부모님은 지금도 병자로 취급하며 여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낳아준 부모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인데 사회적인 이해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그저 암시장을 찾지 않고 안전한 관리를 받게 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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