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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뻥이요∼ '펑'… 구수한 유혹 '추억의 뻥튀기'

입력 : 2017-03-26 12:00:00 수정 : 2017-03-26 1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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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요~” 손님들이 귀를 막는다. 윤기철(85) 할아버지가 뻥튀기 기계의 뚜껑을 열자 ‘펑~’ 하는 대포 소리와 함께 주위가 하얀 연기로 자욱해진다. 달큰한 냄새가 성남 모란시장을 뒤덮는다. 민속 5일장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의 뻥튀기다.

40년 뻥튀기 인생, 윤기철 할아버지가 기계의 뚜껑을 열자 주변이 금세 하얀 연기로 가득해진다.
장충섭씨가 ‘뻥이요~’란 말 대신 사용하는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있다.
“한 방에 얼마예요?” “모라고? 큰소리로 말해봐 내가 잘 안 들려~” 모란시장에서 40년 가까이 뻥튀기를 튀겨온 윤 할아버지는 지나던 행인들도 깜짝 놀라는 소리를 하루에만 100번 정도 듣는다. 뻥튀기 기계 가장 가까이서 큰소리를 들어왔으니 귀가 먹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뻥튀기를 기다리던 손님이 ‘뻥이요~’란 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
채반에 담긴 옥수수 강냉이.
채반에 담긴 누룽지와 쌀로 튀긴 뻥튀기.
시장 한편 유독 아주머니들이 죽 둘러서 있는 곳이 있다. 김영목(63)씨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신 바쁘게 움직인다. “아주머니는 아직도 강냉이가 맛있죠? 우리 어렸을 땐 이 강냉이 한 자루면 형제들 한겨울 군입 거리로 충분했지요. 서로 많이 먹으려고 다투다 방에 엎질러 야단도 맞고. 허허. 근데 지금 내가 이 장사를 하고 있네요. 요즘 애들은 먹을 게 너무 많아 이런 건 눈에 안 차죠. 달고 고소하고 입에 쩍쩍 붙는 과자가 널려 있으니. 아마도 우리 세대가 사라지면 이 뻥튀기도 사라지겠죠? 안 그래요?” 김씨가 한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동의를 구하자 맞장구를 친다. “맞아요! 우리 손자도 잘 안 먹어요.”

모란시장 김영목씨 가게 앞에 튀김 거리를 담은 깡통이 길게 줄 서 있다.
친근하고 구수한 입담 때문인지 김씨의 기계 앞에는 튀김 거리를 담은 깡통이 길게 줄 서 있다. 가래떡 말린 것, 누룽지, 보리, 검은콩, 흰콩, 요즘 인기 있는 건강식품인 돼지감자나 무말랭이, 땅콩 등을 볶으려고 나온 사람들도 있다.

방음장치가 설치된 최신식 기계로 뻥튀기를 만들고 있는 장충섭씨.
뻥튀기 기계가 불로 달궈지고 있다.
일산과 김포, 포천 5일장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는 장충섭(62)씨는 얼마 전 소음이 심한 구식 기계를 보완해 방음장치를 단 최신식 기계로 교체했다. “이제는 소음 때문에 주변에서 뻥튀기를 반기지 않아요. 장터에서 물건을 팔아도 눈치가 보이고.” 적은 소음 탓인지 큰소리로 외치던 ‘뻥이요’ 대신 호루라기가 장씨의 입에 물려 있다. 어쩌면 호루라기 소리가 뻥소리보다 크게 들리는 것 같다.

입담 좋은 김영목씨 가게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뻥튀기는 과대포장이 많은 과자보다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기름에 튀겨 정체 모를 양념을 뿌린 과자보다 진짜 곡물을 압력으로 튀겨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아이들은 뻥튀기보다 과자를 더 좋아한다. 과거 주전부리로 사랑받던 강냉이와 튀밥은 지금 추억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뻥튀기 주변에서 망 사이로 빠져나온 튀밥을 주워먹던 아이들은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분들은 아직도 5일장을 찾아와 어린 시절 맛에 대한 기억을 추억하고 있다. 뻥튀기는 정말 사라질까?

종종걸음 할아버지의 손에는 뻥튀기가 한아름 들려 있다.
사진·글=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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