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단체들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 불체자는 20만명이 넘는다. 비자 만료 기한이 지나 합법적 체류자에서 불체자로 신분이 바뀐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녀 교육과 일자리 때문에 체류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다수는 미국 사회 일부로 활동하고 있다. 불체자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불체자 등 이민자의 범법 비율도 미국 태생자의 범법 비율보다 낮다는 게 여러 조사에서 확인됐다. 전임 정권인 버락 오바마 정부가 불체자라는 용어보다 서류미비이민자라는 용어를 선호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은 그동안 오바마 정부에서는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추방 공포에 시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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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을 관람한 뒤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조카 알베다 킹과 포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프리카계 국민이 미국의 유산을 건립했다”며 “우리는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합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
이 같은 불안감이 거세지는 와중에 트럼프 정부는 이날 불체자 단속·추방을 강화하기 위해 단속 공무원을 1만명 증원하기로 했다. ‘대규모 추방’이 아닌 범죄자 적발에 목표를 둔 방침이라는 게 트럼프 정부의 설명이지만, 이민자 사회의 두려움은 다시 가중됐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 서명한 행정각서 2건은 이민자 범죄 공론화, 지역 경찰관의 단속요원 등록, 불체자 사생활 권한 박탈, 불체자 구금시설 신설, 망명 수요 제한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발령한 ‘이민 행정 강화’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이미 기소된 불체자뿐 아니라 기소 가능한 범죄를 저지른 불체자도 단속·추방할 수 있도록 했다. 단속 대상자를 불체자로 한정하지 않고 ‘추방할 수 있는 외국인’이라고 광범위하게 적시해 사실상 모든 이민지가 행정 집행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불체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범죄인 무면허 운전을 하다 적발된 경우 체포·구금은 물론 추방 조치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불체자는 대부분 10년 이상 미국에 거주하며 미국 사회의 일부로 편입된 상태여서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일례로 워싱턴 일원의 노동자들 가운데 25%가 불체자를 포함한 이민자 출신이다. 이민자 추방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복안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정부의 불체자 추방은 2013년 역대 최다인 43만4000명에 달했다. 중범죄를 저지른 이민자 추방에 집중하기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2015년에는 33만3000명으로 추방 인원이 줄었다. 이는 2007년 이후 최소 수치였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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