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은 15일 오후 앞서 구속한 김종덕(59)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나란히 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거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체부 산하기관들에 블랙리스트를 전달해 명단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의 지원 배제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지난주 특검팀에 구속됐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특검팀은 조만간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1) 문체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 의혹의 ‘몸통’ 소환조사를 앞두고 준비작업 차원에서 이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의 경우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문체부 등 일선에서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 취합해 김 전 실장에게 보고한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특검팀이 김종(56) 전 문체부 2차관을 함께 소환조사한 것도 김 전 실장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전 차관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2013년 10월 취임 당시 김 전 실장이 최순실씨를 소개시켜주며 ‘잘 도와주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 말이 맞다면 김 전 실장은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존재를 현 정권 출범 첫해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를 모른다”고 말했다가 위증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에게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직권남용·강요 외에 위증 혐의까지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류철균(51·필명 이인화)과 남궁곤(56) 두 이대 교수도 나란히 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했다. 류 교수는 자신이 담당한 ‘디지털 스토리텔링’ 강좌를 수강한 최씨 딸 정유라(21)씨가 출석을 안 하고 시험을 안 쳤는데도 학점을 부여하는 등 정씨에게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남궁 교수는 이대 입학처장으로 일하던 시절 체육특기생으로 응시한 정씨 면접을 담당한 교수들한테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종용하는 등 입시비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왼쪽)과 최경희 전 이대 총장 |
특검팀은 두 교수 조사를 통해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김경숙(62)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 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하는 한편 조만간 소환할 예정인 최경희(54) 전 이대 총장 조사 준비작업도 철저히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최씨에게 박 대통령 연설문 초안 등 기밀자료를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이날 특검팀에 다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정 전 비서관은 오는 19일에는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권지현 기자 macar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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