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이사장은 “당시 최순실은 심부름하는 집사 비슷한 역할이었고 대북,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한 것은 정윤회, 정호성이었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서 최순실이 2014년 3월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을 수정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씨의 대북 정책 개입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통일 대박’구상, 통일 외교를 의식한 친중 노선은 ‘정·정 라인’에서 주도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통일국가의 여성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느닷없는 통일 드라이브와 지난해 ‘천안문 망루 외교’는 정부 내 외교·안보라인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국가 운명을 좌우할 대북·외교정책이 공적 기구가 아닌 비선 조직에서 결정됐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2014년 5월 경질된 배경에도 비선 그룹과의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본지는 같은 해 11월 말 ‘정윤회 문건’ 보도 당시 남 원장의 석연치 않은 경질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남 원장이 비선, 문고리 권력을 조사하고 인사 갈등 등을 빚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구 이사장은 “인사 등 국내 문제 갈등, 친중 노선에 반대했던 이유로 경질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후 국정원 간부와 직보 채널을 확보하고 인사에 개입하는 등 사실상 국정원을 장악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 안봉근 전 비서관에 내부 정보를 직보한 추모 국장을 감찰 중이라고 했다. 국정원에서 작성한 양승태 대법원장 동향보고 사례에서 드러났듯 청와대가 국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정권의 통치수단으로 삼은 의혹이 짙다.
특검은 정·최씨와 문고리 권력이 전방위적으로 개입한 국정 농단 실태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최순실 사건에 정윤회의 실체, 국정 개입 의혹이 가려져선 안 된다. ‘통일 대통령’ 프로젝트가 누구에 의해 가동됐는지, 비선 그룹이 국정원을 비롯해 외교·안보라인을 어떻게 무력화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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